글로벌 실물경기 위축우려로 외국인들이 선ㆍ현물을 대거 매도하면서 국내 증시가 폭락했다.
20일 외국인들은 선물시장에서만 2조646억원어치를 내다 팔아 4,000억원에 가까운 프로그램 매도를 유발하면서 코스피지수가 전날보다 41.76포인트(2.21%) 하락한 1,847.39포인트로 마감됐다. 이날 외국인들의 선물 매도 물량은 지난 2010년 1월(2조2,965억원) 이후 역대 두번쩨로 많은 물량이다. 외국인들의 선물매도세에 따라 프로그램 차익거래 매물이 3,581억원이나 쏟아졌다. 현물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은 닷새 만에 매도세로 돌아서 2,409억원을 내다 팔며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외국인들의 매도 폭탄에 시가총액 상위종목들도 비교적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삼성전자는 3.67%(4만5,000원) 하락한 118만2,000원을 기록하면서 지난 4일 이후 처음으로 12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또 현대중공업(4.02%)과 LG화학(-3.47%), KB금융(-3.73%), SK이노베이션(-2.77%), 신한지주(-2.99%), NHN(-3.41%), 현대차(-2.99%), 기아차(-1.65%), SK하이닉스(-1.83%), 포스코(-2.24%), 삼성생명(-1.46%) 등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증시 급락은 실물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와 정책리스크에 대한 불안으로 외국인들이 대규모 매도에 나선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다. 전날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양적완화(QE3) 조치가 나오지 않은데다 미국과 유로존ㆍ중국 등 주요국들의 경기지표가 동시에 나빠지면서 뉴욕증시는 2% 가까운 급락세로 마감됐다. 무디스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세계 주요 은행 15개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도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무디스가 글로벌 은행들의 신용등급 하향조치로 각 은행들의 담보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외국인들이 현물보다는 선물을 더 줄이는 방향을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원배 현대증권 연구원도 “대형은행들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데다 미국과 유럽, 중국의 경기위축 우려까지 커지면서 외국인들이 대규모 헤지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포트폴리오 조정 관점에서 선물매도를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대규모 선물매도를 보인 후 단기적으로 증시가 추가 하락한 경우가 많다며 당분간 글로벌 경기 상황과 유로존 재정위기 수습 등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1만 계약이상 대규모 선물매도를 한 후 단기적으로 장이 하락한 경우가 많았다”며 “해외 변수들을 지켜보면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심상범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단기하락에 베팅을 한 만큼 지수의 추가 하락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현재 외국인들의 방향을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지수가 좀 떨어졌다고 저가매수에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