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열린포럼] 강남문제의 본질 (토론내용)
강남문제 불거진 것은 주택 공급부족 때문정부 세금정책만으론 집값잡기에은 한계강남권 재건축 규제완화도 적극 고려할만
'강남문제 해결을 위해선 충분한 주택공급과 지역 균형개발이 병행돼야 한다.'
6일 서울경제 주최 열린포럼에 참석한 정부와 학계ㆍ업계 관계자들은 이른바 '강남문제'로 대변되는 주택시장의 계층갈등 문제 해결을 위해 강남 대체를 위한 대규모 주택공급과 동시에 강북지역에 대한 균형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주제발표자로 나선 고철 주택산업연구원장은 서울시가 각 자치구에 나눠먹기식으로 벌여놓은 뉴타운사업을 전환해 어느 한 지역에 개발을 집중시켜 대규모 강북거점 타운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모았다.
다만 부동산 세제 분야에서는 전문가별로 난상토론이 벌어져 양도세의 1가구 1주택 비과세 혜택 폐지와 재산세율 현실화 속도조절 등의 정책주문이 제시되기도 했다. 다음은 토론 내용.
▲사회자=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계층간 갈등에 대한 관심이 높다. 강남 문제의 원인과 해법은 무엇인가.
▲고철 원장=강남 문제 중 특히 핵심은 주택가격 급등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주택공급 확대와 강남북간 균형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24개 뉴타운을 지정해 개발하고 있지만 이 같은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서울시는 각 구의 재개발지역을 나눠먹기 식으로 돌아가며 뉴타운으로 지정한 뒤 개발하고 있는데 이처럼 소규모 재개발을 난립시키는 방식으로는 충분한 주택공급과 주거환경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
또 각 자치구별로 재원의 격차가 심하다는 것도 이 같은 방식의 개발을 제약하고 있다. 서울 전역을 군데군데 까발리는 현재의 뉴타운식 개발을 지향하고 어느 한 지역으로 개발지역을 집중해 대규모의 거점개발을 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이미 도시 내의 특정 노후지역을 중점적으로 개발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김선덕 소장=바람직한 주택공급을 위해서는 기존과 같이 개별 주택이나 아파트 단지 단위의 개발을 벗어나 보다 도시 차원에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이만우 교수=강남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은 주택물량이 나오지 않아 공급품귀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본인의 경우 17년간 강남에서 거주하고 있지만 집을 팔지도 않았으므로 아무런 이익을 본 것도 없고 앞으로도 이사를 할 마음이 없다. 이는 상당수 강남지역민들도 비슷할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정부가 세금정책 등을 통해 시장에 매물을 내놓게 하는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고 원장=결국에는 주택 신규공급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인데 강남권의 재건축 규제를 현실적으로 완화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박병원 차관=고 원장의 분석에 대해서는 정부의 인식도 기본적으로 일치한다. 다만 강남권의 재건축 규제 완화는 향후 투기억제 장치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작동을 시작된 뒤에 단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재건축 규제를 풀면 다시 투기수요가 몰릴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의 투기 규제망이 빠져나갈 틈 없이 정교해 더 이상 부동산으로 돈 벌기는 어렵고 다른 곳에 투자해야겠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퍼지는 시점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를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고 원장=강남권의 주택수요자들은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아 중ㆍ淪?아파트에 수요가 집중돼 있다. 따라서 주택공급시 이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박 차관=물론 강남권에서는 보다 좋은 위치에서 보다 크고 보다 좋은 집을 원하는 수요가 있는 반면 공급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해 주택가격이 오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과거의 잣대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10년 후에도 이 같은 중ㆍ대형 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 것인가에 대해서는 좀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은 이제 과거처럼 아이를 많이 낳지도 않으며 점점 더 가족 규모가 소규모화되고 있다. 따라서 10여년 후에는 중ㆍ대형 아파트가 아니라 중ㆍ소형 아파트가 늘어날 수도 있다. 또 선진국에서처럼 도심의 인구가 교외로 이주하는 현상이 일어난다면 도심 내에 남아도는 중ㆍ대형 아파트는 어떻게 할 것인가. 주택정책은 좀더 미래지향적인 시각으로 추진돼야 한다.
▲사회자=8ㆍ31대책 중 부동산 세제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나.
▲하동만 전무=정부의 8ㆍ31 부동산대책은 획기적인 대책이라고 본다.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한 과세를 확대할 경우 투기방지에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재산세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현재 주택매도시 양도세 최고세율은 36%에 달하는데 이것은 오랜 기간 동안 국민적 동의를 거쳐 합의된 세율이다.
즉 납세자 주택매매로 인한 소득에 대해 36%의 양도세를 내더라도 생활을 영위하는 데 지장이 없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이 같은 세율이 정착될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소득이 아니라 재산에 대해 어느 정도의 세율을 정할 것이냐에 대해서도 납세자의 생활형편 등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국민적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박 차관=정부의 부동산세제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다. 정부가 과표를 현실화하면서 세금을 더 거두려 한다는 오해다. 그러나 양도세야 어치피 미실현이익에 대해서는 과세가 되지 않으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 재산세 등에 대한 과표현실화는 세금를 더 걷겠다는 게 아니라 조세형평성을 실현한다는 차원에서 진행한 것이다.
예를 들어 강남권에서는 노후 아파트가 많아 시가 10억원대짜리 아파트임에도 과세표준은 1억원대에 불과한 경우가 허다했다. 이는 실거래가격을 기초로 과세를 못한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부터는 부동산 거래시 실거래가격을 신고하게 돼 있고 이는 등기부등본에도 등재되게 된다.
이처럼 실거래가격이 빤히 공개되는 상황에서 비현실적인 과세표준에 근거한 과세체제를 유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는 또 과세표준화를 통해 재산세제를 강화하는 반면 거래세인 취득세와 등록세율은 지속적으로 대폭 낮출 예정이다.
▲사회자=과세표준만 현실화하면 됐지 종부세를 굳이 도입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도 있다.
▲박 차관=종부세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서울 강남ㆍ서초구에서는 도저히 다 쓸 수 없을 정도로 세수가 걷히는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반대의 경우가 나타나는 등 지역별 재정자립도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 따라서 이 같은 세수를 국세로 흡수해 지역균형개발을 위해 사용하기 위해서는 종부세 도입이 불가피했다.
▲이 교수=부동산 세제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핵심사안을 비껴간 느낌이다. 1가구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문제를 건드리지 못한 것이다. 일부 강남 투자자들은 1가구 1주택 비과세 혜택의 틈을 이용해 매매차익에 대한 과세를 피해가고 있다.
현재 정부는 6억원대가 넘는 고가주택에 대해서만 누진율을 적용해 과세를 하고 있지만 이럴 경우 과세대상이 제한되므로 실효성이 떨어진다. 정부 관계자들도 이 문제에 대해선 심정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전국민이 대상이 되는 비인기 정책이라는 부담 때문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김 소장=부동산 관련 세제가 강화돼 강남의 다주택 보유자들이 주택을 매물로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그 집을 팔아 생긴 현금은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주택투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낼 수 없을 것이다. 돈이 갈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
▲사회자=송파 신도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교수=정부가 송파구 거여동에서 대규모 주택공급을 하겠다고 했지만 관련 기관별 이견이 해결되지 않아 원안되로 추진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환경부, 국방부, 농림부 등 관계기관들과의 협의 과정에서 개발 가용면적이 줄어들 경우 기대만큼의 주택공급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게 될 수 있다.
▲김 소장=송파신도시를 포함해 주택공급 문제가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관련기관들의 유기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그동안 정부 각 기관들은 주택공급과 관련해 규제 강화와 완화 등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여왔고 이는 개발정책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이로 인해 어느 기간에는 규제 강화로 주택공급이 전무했다가 또 어느 기간에는 규제가 풀려 대규모로 공급이 이뤄지는 등 불규칙한 주택공급이 반복돼왔다. 따라서 이 문제를 선행해 해결해야 한다. 송파 신도시 역시 이 같은 요건이 갖춰져야 원활한 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송파 신도시는 또 투기를 재연할 우려도 있다. 심지어 일각에선 “8ㆍ31대책이 투기꾼들에게 강남행 티켓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따라서 개발과정에서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박 차관=기존 강남권을 대체할 만한 주택공급을 위해 송파 신도시 개발은 불가피하다. 지난 90년대 초 수도권 신도시가 입주를 통해 200만가구가 공급되면서 10년간 강남을 포함한 전국의 집값이 안정됐다는 것은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 공급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반증해주고 있다.
판교신도시 역시 그런 바탕에서 개발됐지만 막대한 토지보상비로 주택을 저렴한 값에 공급하기가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됐다. 그래서 국유지가 대부분인 송파구 거여동 일대를 신도시 개발지역으로 선택하게 된 것이다.
▲하 전무=정부의 주택공급확대 정책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그것이 성공하려면 단순히 주택수량만 늘리?것이 아니라 신도시에 걸맞은 환경조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강남의 경우만 해도 과거 개발 당시 정부가 우수 교육시설 등 충분한 인프라를 집중시킴으로써 200만명이 사는 중산층 밀집지역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분당과 과천 역시 비슷한 경우다. 따라서 정부의 주택정책이 단순히 물량확대 일변도로 치우쳐서는 안되겠다.
입력시간 : 2005/09/06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