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 지속되면 구조조정을 맞을 수밖에 없다.” 고흥식 삼성토탈 사장은 10일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주최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석유화학업계 신년 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제유가가 90달러대이던 지난해에도 원가 인상분을 제품가격에 반영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국제유가 급상승으로 유화 원ㆍ부자재 가격이 인상되자 국내 유화업계가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을 조짐이다. 현재 가장 가시적인 구조조정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호남석유화학ㆍ롯데대산유화ㆍKP케미칼 등 롯데그룹의 유화 3사. 정범식 호남석유화학 사장은 “호남석유화학과 롯데대산유화의 합병작업을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언급, 롯데 유화 3사의 합병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시사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이는 중동과 중국의 신ㆍ증설 물량공세도 유화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원준 한화석유화학 사장 겸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장 역시 “올 하반기 이후 중동 지역의 공급물량이 대폭 증가하고 중국의 자급률이 높아져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흥식 사장 또한 “지난 1~2년간 지연되던 중동과 중국의 신ㆍ증설 물량이 올해 본격 출하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동발 위기가 현실화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은 이날도 유화업계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 업계가 자율적으로 대응해줄 것을 촉구했다. 김 장관은 축사에서 “지난해 유화업계의 자율적 구조조정 활성화에 기대를 걸었지만 대내외 여건으로 논의가 미완의 과제로 남게 됐다”면서 “생산량의 5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는 상태에서 (구조조정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등의 문제도 유화업계에 ‘발등의 불’로 다가왔다. 허원준 사장은 “앞으로 닥쳐올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등에 대해 업계가 협력해 대처해나가야 한다”면서 “석유화학이 에너지 고소비 산업으로 분류돼 있는 것부터 고쳐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