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

"한국 경제·기업, 새로운 길 못 만들면 성장 마무리될 수도"<br>따라갈 목표는 없는데 개도국들 무서운 추격… 지금 변곡점에 서있어<br>IT·기초과학·R&D주력… 창의·혁신문화 만들고 中 내수 공략법 찾아야



"도전의식과 기업가 정신으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와 기업은 해방 이후의 성장을 현재 수준에서 마무리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김주형(사진) LG경제연구원장은 우리가 닥친 현 시점의 위기상황을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우리 경제와 기업들이 처해 있는 현 상황을 "따라갈 목표는 없는데 후발주자들의 추격은 매서운 변곡점에 서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지난 10일 여의도 LG경제연구소에서 가진 김 원장과의 인터뷰 내용. -금융위기라는 큰 지진이 발생한 후 산업구조가 변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지금이 변곡점이다. 지금 우리 경제 전체와 개별 기업이 굉장히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우리가 열심히 따라갈 목표는 없는데 개도국이나 후발 기업들의 추격도 굉장히 매섭다고 피부로 느끼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응용 애플리케이션에 강했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는 데는 능하지 못했다. 도전의식이나 위험을 감내하는 기업가 정신이 과거에 비해 약화되고 있다. 앞으로 힘든 시기를 성공적으로 거쳐내지 못한다면 해방 이후 우리 경제 성장을 현재 수준에서 마무리해야 할지도 모른다. -정부와 기업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그러나 아직 한국 사회에 역동성이 살아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중요한 통로가 정보기술(IT)다. 한국은 IT 분야에서 굉장히 '얼리어답터'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스마트폰이 한국에 늦게 도입됐지만 순식간에 생각과 생활을 바꿨다. 적응력과 유연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용기가 한국 사회의 특징으로 남아 있다면 변화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특히 자율ㆍ창의ㆍ혁신이 가능한 문화적인 토양을 만들고 기초과학과 연구개발(R&D)에 힘써야 한다. -한국 기업들이 강했던 전통산업에서 한계가 보인다. 극복 방안은 무엇인가. ▦전통산업에서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방법은 있다. 전통산업인 PC 산업에서도 인텔은 중앙처리장치(CPU)를,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를 통해 돈을 벌었다. PC 제조에서 한계를 느낀 델(Dell)도 조립이 아니라 컴퓨터 유통으로 돈을 벌었다. 기존 산업에서도 부가가치가 많은 쪽으로 질적인 진화를 해야 한다. -정부가 밀고 있는 신성장동력 산업전략은 어떻게 보나. ▦신성장동력 산업은 모두 성장가능성 있는 분야들이다. 그러나 그 산업에 속해 있느냐 보다는 그 산업에서 일등을 하느냐가 문제다. 예전에는 가발산업이 활황이면 가발공장만 지으면 돈을 벌었다. 앞으로는 이 같은 '밴드웨건' 효과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구 산업이라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면 첨단산업 못지 않은 이익을 가져다준다. 반면 아무리 좋은 산업이라도 실패할 수 있다. -대중국 수출이 25%를 넘었다. 중국의존도가 너무 높아진 것 아닌가. ▦우리는 싼 임금과 공급 체인이 있는 생산기지로 중국을 이용해왔다. 우리가 수출한 것이 결국 중국 사람에게 간 게 아니라 전세계로 수출됐다. 그러나 앞으로 중국이 내수주도형 경제로 전환하려 한다. 내수시장으로서 가능성은 커졌다. 그동안 중국 내수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현지 기업과의 경쟁에서 별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앞으로 중국을 생산기지가 아닌 내수시장으로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한국 기업들이 당면한 과제다. -그럴수록 "한국이 돈은 중국에서 벌고 안보는 미국이랑 손잡는다"고 중국 내 비난 여론이 조성될 가능성도 커진다. ▦오히려 한국 기업 덕에 그동안 중국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었다. 우리는 이윤을 가져왔지만 고용, 공급 체인은 중국 경제를 일으키는 데 도움이 됐다. 윈윈 했다. -최근 연평도 사태 이후 안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내년에는 통일세 논의도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이는데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통일을 따로 준비하는 건 비효율적이고 가능하지도 않다. 정치적인 혼란 속에서도 경제적으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한 통일준비다. 우리 정부 재정이 튼튼하고 외환보유액이 많으면 어떤 위기가 와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 우리나라 경제가 충분히 크다면 북한 경제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풍부한 해외 자산을 평소 비축하고 있으면 한국의 정부ㆍ투자기관ㆍ개인들이 필요할 때 그 자산을 쓰면 된다. 통일을 위해 돈을 따로 저축하는 것은 맞지 않다. 관리 비용 측면에서도 바보 같은 일이다. ■약력 ▦1955년 경남 합천 ▦1974년 경북고 ▦1978년 서울대 경제학과 ▦1988년 미국 위스콘신대 경제학박사 ▦1989년 LG경제연구원 경제조사1부장 ▦2005년 LG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 상무 ▦2006년 ㈜LG 경영관리팀 부사장 ▦2007년 LG경제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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