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지난 90년 이후 국내업체로는 처음으로 2억2,000만 달러 규모의 이라크 재건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은 잃어버린 사업장을 되찾은 쾌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건설의 이번 수주는 이라크 재건공사시행위원회(PMO)가 발주한 사업에서 워싱턴그룹이 확보한 11억 달러의 공사물량 가운데 20%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는 현대건설과 워싱턴그룹 양측의 협력합의서에 따른 최소한의 물량이어서 앞으로 수주금액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현대건설측은 이번 공사와는 별도로 샤트 알 아랍 수로 준설공사와 발전소 개보수사업 부문 등에서 1억6,000만 달러의 추가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 중동 재진출의 단초를 연 이번 수주에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하게 만드는 것은 미수금 회수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사실이다. 현대건설은 현재 이라크 정부에 11억400만 달러의 민간공사 미수채권을 갖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미수금 회수를 위해 20여개 국가의 민간채권업체가 동참하는 워싱턴클럽을 결성하는 등 차분한 준비를 계속해왔다.
참여정부가 강도 높은 부동산 투기억제 대책을 잇따라 내놓은 이후 최근 국내 건설업계는 침체 국면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올들어 건축허가 면적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을 뿐더러 향후 전망도 호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 올들어 해외건설 수주액은 11억7,4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나 된다. 해외만이 건설업계의 출구임이 분명해진 셈이다.
그러나 최근 해외건설 수주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아시아 각국으로의 진출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과거 70~80년대의 중동 건설붐과는 거리가 있다. 1~3월 기준으로 아시아권은 지난해 1억2,500만 달러에서 올해 7억600만 달러로 수주액이 급증했으나 중동의 경우 별 차이가 없는 데서도 알 수 있다.
걸프전 발발 전까지 이라크에서만 41억 달러의 각종 공사를 수행한 현대건설이 첫 수주에 성공한 것은 다른 업체에도 활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현대건설측은 당장의 건설수주보다 전후복구사업이 끝나고 본격적인 천연자원개발공사가 발주되는 2년 후에 더 기대를 걸고 있다.
사실 상당수 국민들이 반대 의사를 표시해온 이라크 추가파병을 결정한데는 제2의 중동특수에 대한 기대도 없지 않았다. 지난 73년부터 10여년 동안 우리나라는 중동지역에서만 700억 달러의 건설공사를 수주했었다. 앞으로 이라크 전후복구사업에는 1,500억 달러가 투자될 전망이다. 현대건설의 이라크 재진출이 제2의 중동진출의 계기가 되도록 민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