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 돕스최근 미국 정치인들의 국정운영을 보면서 대기업의 임원진들은 실소를 금치 못할 법 하다. 그들은 워싱턴의 정책 결정자들이 90년대 기업 합병열풍에 휘말려 저지른 자신들의 실수를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미 연방정부에는 반세기 들어 가장 거대한 조직이 들어설 계획이다. 지난 주 미 상원은 하원에 이어 국토 안보부 신설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부서는 기존의 22개 기관과 17만 명에 이르는 연방 정부 직원들이 합류하게 된다.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만도 350억 달러.
이 '수퍼 사이즈'의 안보기관이 설립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1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러나 국토 안보부가 생긴다고 해서 우리의 국토가 더욱 안전해 지리라는 보장은 별로 없다.
미 케이토 연구소의 스티븐 무어는 "공화당과 보수주의자들은 지난 50년 동안 자유주의자들이 빠져들었던 똑 같은 함정에 걸려들었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정부 프로그램이나 기관을 설립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에너지 담당부서를 만들었지만 에너지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으며 교육부를 만든 후에도 교육문제는 나아진 것이 없었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30년간 보아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렇게 만들어진 기관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오히려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왔다는 점에 대해 큰 이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 정부는 아직도 이러한 과거의 사례들에서 별다른 교훈을 얻지 못한 듯 보인다.
이민국(INS)과 같은 조직은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예 중 하나다.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미 국경 근처에서 일하고 있는 INS요원들은 남아도는 반면 국경순찰대는 인원수가 현격히 모자라는 등 미국의 국경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 정부는 이 같은 현재 시스템의 미비점을 개선하기 보다는 더 큰 조직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물론 '클수록 좋다'는 생각을 떨쳐버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성공적인 합병은 시장확대와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낸다.
듣기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여기에는 너무나도 자주 빠져들게 되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합쳐진 회사들은 하나의 뚜렷한 목표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또 서로 다른 기업의 문화는 충돌하기 마련이다. 더욱 복잡해지는 서류 절차도 창의적인 혁신을 고사시키는 요인이다.
비방디와 휴튼 미플린의 실패한 합병을 예로 들어보자. 두 회사가 합쳐진 지 18개 월만에 비방디는 처음 인수가격보다 싼값에 휴튼 미플린을 매각해야 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러한 합병 실패가 비방디의 실적악화의 주원인이 됐다며 비난했다. 이밖에도 컨세코, 타이코, MCI월드컴 등 없었으면 좋았을 뻔한 합병의 예는 부지기수로 많다.
사실상 월가와 비즈니스업계의 사람들은 합병이 성공을 거두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회계법인 KPMG가 1999년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83%의 합병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거나 심지어 장기적으로 주가 하락의 원인이 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90년대 초 카플란과 와이스바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합병을 시도한 회사 중 44%가 7년 내에 회사를 다시 분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예를 살펴보면 국토안보부가 성공할 확률은 50대 50정도다. 이 수치는 국가 안보와 같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결코 높은 비율이 아니다.
하지만 희망을 잃지는 말자. 경제와 주식시장이 무너지고 투자자들이 들고 일어나자 월가는 결국 기본의 자세로 돌아갔다. 기업 펀더멘털 개선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이다.
만약 새로 신설되는 국토안보부가 실패로 돌아간다면 국민들은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게 될 것이고 정치인들은 결국 안보 시스템의 핵심 문제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조직을 개편하는 일은 항상 비즈니스계에서건, 정계에서건 실적을 개선하는 것보다 수월한 일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