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로화 출범 6개월] 평가절하 불구 기축통화 자리매김

이탈리아의 올리베티사는 6월초 텔레콤 이탈리아 인수를 위해 무려 94억 유로(약 10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는데 성공, 유럽 금융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처럼 거대한 물량을 단숨에 소화해낼 만큼 유로 채권시장의 잠재력이 엄청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유럽 단일통화인 유로화 출범이 안겨준 「과외 소득」중 하나라고 분석했다.유럽 11개국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단일통화 유로화가 지구상에 탄생한지 6개월이 지났다. 이제막 걸음마를 뗀 정도로 유로화는 출범후 12%나 평가절하된데도 불구, 새로운 「기축통화」로 자리매김하는데 일단 성공했다는 게 세계 금융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유로 채권시장의 번영은 바로 이를 웅변으로 증명하는 무대인 셈이다. ◇순탄치 않았던 6개월= 지난 6개월간 유로화는 새로운 기축 통화의 탄생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유로화 안정을 흔드는 각종 잠재 요인들이 수시로 내외부에서 터져나왔던 탓이다. 유로화와 유로존내 단일통화정책을 입안하는 유럽중앙은행(ECB)에 대한 첫번째 도전은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정치 실력자 오스카 라퐁텐 전 독일재무장관이 주도한 금리 인하 논쟁이었다. 라퐁텐 전장관은 유로존내 경기부양과 실업문제 해소를 위해 ECB가 금리인하에 나서야 한다며 ECB의 독립성까지 공격했지만 결과는 유로화 가치 불안으로 나타났다. 결국 지난 4월 정치권의 압력에 따라 ECB가 예상보다 큰 폭인 금리를 종전 3.0%에서 0.5% 포인트 인하하는 과감한 조치를 뒤늦게 취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아시아와 러시아 경제불안 여파, 그리고 유럽의 뒷마당에서 터진 코소보 사태는 유럽 경제는 물론 유로화를 극도의 불안속으로 몰고갔다. ◇최대 불안 요인은 각국 재정적자= 이런 요인들보다 유로화 안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유럽 각국마다 점증하는 재정적자 문제다. 출범 당시 유로존 11개국이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마이너스 2.0% 범위내에서 운용키로 했던 약속, 즉 EMU 유지에 절대적인 안정협약을 맺었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의 경제침체는 이같은 안정협약 유지에 심각한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지난 5월25일 공산당 연립정권인 이탈리아 정부는 올해 재정적자가 경기침체로 인해 GDP 대비 마이너스 2.3~2.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약속을 번복, 안정협약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했다. 이 때문에 출범 당시 달러당 1.18유로였던 유로화는 달러당 1.027유로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각국 재무장관들이 재정적자 목표를 지킨다는 전제 아래 ECB가 금리인하를 단행했던 만큼 ECB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 결국 게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유로권 밖에 있는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 등 유럽 정치지도자들이 노동시장을 비롯한 유럽경제의 구조개혁을 다짐, 유로화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이같은 우려곡절에도 불구, 지난 25일 현재 국제채권시장에서 유로화 표시채권 발행물량이 3,975억유로를 기록, 4,002억유로를 기록했던 달러 표시채권과 맞먹을 정도로 신뢰도를 인정받고 있다. 파리바 은행의 나타리 피예 채권분석가는 『유로화는 국제 채권시장에서는 분명한 기축통화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유로화의 성공으로 세계 금융계에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마저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음은 물론이다. /문주용 기자 JYMO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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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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