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10분


10분은 용서의 시간 같다. 짬이 없다는 거래처에 10분만 시간을 내달라 하면 대부분 그렇게 하마 한다. 약속시간에 늦었을 때도 10분만 기다려달라고 하면 너그럽게 이해해준다. 아파트 분양광고는 어느 역에서 10분 거리라는 문구를 즐겨 쓴다. 10분은 그렇게 금세 흐르는 시간으로 가벼이 여기는 경향이 있다.

10분은 금과옥조의 시간이 맞다. 그 10분이 인생의 기로를 가르는 경우를 수없이 많이 본다. 10분 먼저 도착한 이는 기회를 얻고 늦은 이는 잃는다. 촬영장에 10분 먼저 나와 기다리던 엑스트라 배우가 급박한 상황에 기회를 얻어 스타로 성장하는 경우도 있다.


단 10분이 늦어 일을 그르치는 경우는 허다하다. 시험장의 닫힌 교문 앞에서 동동거리는 학생이 그렇고 오랫동안 공들여온 기회를 날려버린 기업인이 그렇다. 가끔은 평생의 반려자로 점찍었던 연인과 헤어지게 되는 빌미도 된다.

관련기사



그리고 10분은 안전의 시간이다. 도로의 여러 차로를 이리저리 휘저으며 내달리는 자동차를 흔히 보게 된다.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지나치는 자동차도 많다. 그렇게 무리하게 달려도 얼마 못 가서 교통법규를 잘 지키며 운행한 자동차와 앞뒤로 서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 그렇게 위험한 행동을 할까. 아마도 시간이 늦어 그럴 것이다. 이들이 10분만 먼저 출발했다면 훨씬 안전하게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올해 들어 고속도로에서는 8천여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 이런저런 안전대책을 추진해온 결과로 매년 그 수치는 낮아지고 있지만 교통사고는 한 건도 없어야 하는 게 맞는 답이다. 사고로 인해 빚어지는 사회·경제적 손실이 막대할 뿐더러 소중한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10분은 생명의 시간이다. 사고원인을 보면 운전자가 시간에 쫓겨서 비롯되는 과속이 24%로 가장 많고 졸음이 13%로 세 번째가 된다. 졸린 눈을 부릅뜨고 과속으로 운행할 때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 또한 시간 때문이리라. 10분만 쉬자. 휴게소나 졸음 쉼터에 들러 크게 심호흡하고 한껏 기지개를 켜고 맨손체조 몇 번 하는 데는 그 시간이면 족하다. 나의 생명을 지키고 가족의 행복을 온전히 하는 데 10분을 투자하는 것을 주저해야 할 이유는 단연코 없다.

10분씩 늦어서 비롯된 앞선 고민들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다. 세상보다 10분을 빨리 사는 거다. 아주 쉽다. 나만의 시계를 정해 10분을 당겨놓으면 된다. 그러면 매번 시간에 쫓겨 동동거리는 일이 없으니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테고 지금보다 한결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혹여 10분이 빨라서 불리할 수 있는 경우가 생긴다면 느긋하게 기다리면 되고. 그 시간은 덤으로 주어진 시간이 될 테니까.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