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부 경기예보 오차범위는 무한대인가

당초 정부의 연간 경기전망은 상저하고(上低下高)였다. 상반기는 어렵지만 하반기 유럽 경제위기가 완화되고 조기 재정지출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5월까지만 해도 "하반기 회복 기대가 강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경기하강이 이어지자 그 말은 쏙 들어가고 대신 '상저중저하고(上低中低下高)'가 9월부터 등장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감에서 "당초 '상저하고'로 봤는데 경기회복세가 미약해 '상저중저하고'로 수정했다"면서 조심스럽게 3ㆍ4분기 바닥론을 제기했다.

그렇다면 3ㆍ4분기 바닥론은 과연 믿을 만한가. 한은의 3ㆍ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치)을 보면 '중저하고'는 희망사항에 가깝다. 전기 대비 GDP 성장률을 보면 올 1ㆍ4분기부터 3ㆍ4분기까지 0.9%→0.3%→0.2%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전년동기 대비 성장률도 2.8%→2.3%→1.6%로 급락했다. 전년동기 대비 분기 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진 때는 1980년 오일쇼크, 1998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사태, 2008년 금융위기 등 네 차례뿐이다. 지금의 경제상황이 그만큼 안 좋다는 얘기다.


더욱 큰 문제는 성장잠재력ㆍ회복탄력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우리 경제는 내외부의 충격에도 곧바로 회복하곤 했다.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수출시장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선진국ㆍ신흥국 모두 어렵다. 환율은 달러당 1,100원선마저 깨지면서 하락하는 추세다. 가계부채, 부동산시장 침체 등으로 내수도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기업투자도 부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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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3ㆍ4분기에 바닥을 친다 해도 의미는 크지 않다. V자형 반등이 아닌 지루한 L자형이 될 것이다. 정부는 바닥 타령을 그만해야 한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좋지만 그것도 정도 문제다. '양치기 소년'이 되면 득보다 실이 크다.

경기전망은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정보통신으로 동시성을 갖게 된 글로벌 경제에서 대외변수의 파급력은 과거와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이는 경기전망이 그만큼 더 중요해졌음을 의미한다. 경기전망과 분석의 틀을 혁신할 필요가 있다. 경기전망이 정확해야 제대로 된 경기대책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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