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미룰 수 없는 금융감독 개편


저축은행의 여진이 가라앉기 전 동양그룹사태로 인해 금융투자자 보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 때문에 그동안 감독 개편 문제에 대한 논의가 무성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흐지부지되다가 이번에 또 동양그룹사태가 터졌다.

금융위-금감원 따로 기형조직 방치


지난달 금융 선진화 대책이 발표됐지만 시장은 또 하나의 대책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낙하산으로 일컬어지는 관치가 횡행하는 한 금융의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금융의 근본개혁은 금융감독의 올바른 개편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금융감독의 개편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자동차의 가속기에 비유되는 금융정책과 브레이크에 해당되는 금융감독의 분리다. 여기에 국내금융정책과 국제금융정책의 통합도 포함된다. 가속기와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을 수 없듯이 정책과 감독 사이에 이해상충 문제가 있어 이의 분리는 불가피하다. 또 빛의 속도로 돈이 움직이는 시대에 국내금융과 국제금융의 분리는 구시대의 유물이다.

둘째 공무원조직인 금융위원회와 공적민간조직인 금융감독원의 통합이다. 통합된 조직형태가 공무원 조직이 좋은지 아니면 공적민간기구가 좋은지에 대한 이견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형태는 머리와 손발이 따로 노는 문제점이 있고 한마디로 세계에 유례가 없는 기형적 조직이다. 이를 다루지 않는 금융감독 개편은 눈감고 아웅하는 꼴이다.


셋째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의 분리이다. 감독의 최고선은 소비자보호이나 우리나라에서는 건전성 감독에 비해 소비자보호는 뒷전에 밀려 3D업무로 인식돼왔다. 두 업무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아 분리할 수 없다 또는 두 명의 시어머니 주장으로 성난 소비자를 달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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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첫째와 두 번째 개편방향이 빠진 어정쩡한 금융소비자보호원만의 독립은 달을 보지는 않고 손가락만 보는 식이다. 지난번에 나온 정부안은 영국의 쌍봉제도를 모델로 삼았다고 하나 관료들의 권한 확대에 유리한 부분만 취사선택했다. 따라서 지금의 기형적인 체제를 더 이상하게 만드는 꼴이 된 셈이다.

소보원처럼 감독기능 분리 결단 필요

당초 정부안은 금융소비자보호원의 독립에 소극적이었지만 대통령의 의지에 의해 명실상부한 독립으로 가닥을 잡았다. 사정이 이러하니 첫 번째와 두 번째 개편방향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듯이 관치에 눈먼 관료들에게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지난 3월 금융감독 개편에 관한 정부의 계획서 제출을 여야합의로 요구하는 등 국회도 적극적이라 감독체계를 전반적으로 개편할 적기가 바로 지금이다. 사실 복잡한 문제처럼 보이지만 금융소비자의 눈높이로 판단하면 의외로 손쉽게 결론이 날 수 있다. 금융소비자 대신에 금융회사 또는 감독당국만의 이해득실이 서로 혼재 되다 보니 감독체계 개편 문제가 복잡하게 보일 뿐이다.

통합금융 감독기구가 출범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면 해결의 실마리가 쉽게 보일 수 있다. 당시 금감위의 사무국에 불과한 조직이 지금은 금융위원회로 확대 성장한 데서 모든 문제점이 출발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 3만달러로 도약하려면 제조업 중심에서 제조업과 금융이 균형을 이루는 쌍끌이 경제가 필수적이다. 경제 살리기가 시급한 지금 해묵은 과제해결에 정부 및 국회가 적극 나서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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