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감독시스템 통째로 바꿔라] 권위를 잃은 심판이 권한만 휘두르려 해

■ 시장서 바라본 문제점

대책 만들며 현장의견 안들어

TM영업 중단 등 실정 잇따라

무원칙에 정책 연속성도 실종

'권한은 있지만 권위는 잃은 심판.'

시장 관계자들이 금융당국을 얘기할 때 곧잘 쓰이는 표현이다. 최근 만난 한 금융지주사 고위관계자는 "권위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주어지는 것인데 잇따른 실정에 금융당국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며 "권위를 잃은 심판이 권한만 휘두르려고 하니 실정이 연속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서 촉발된 논란이 '나비효과'를 일으키며 전 금융권을 강타하자 금융당국을 향한 성토의 목소리가 시장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쇼맨십'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하반기 금융권을 달궈놓았던 소비자 민원 감축 이슈다. 금융당국의 수장이 직접 민원 감축의 목표치를 제시하자 시장은 들끓었다.

민원 만능주의가 블랙컨슈머를 양산하고, 결국 선량한 소비자만 피해(보험료 인상)를 볼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소비자 민원은 오히려 크게 늘었고 일부 보험사는 영업인력을 민원 현장에 투입하는 비정상적 영업에 나서야만 했다.

최대 논란이 되고 있는 텔레마케터(TM) 고용안정 문제도 여론을 한껏 의식한 졸속행정이 빚은 참극이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국민 여론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자 금융당국이 부랴부랴 만들어 내놓은 것이 'TM영업 중단' 카드였다.


현장의 목소리가 누락된 전형적인 '보여주기 식' 대책이 낳은 결과는 초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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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형보험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관련 대책을 만들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일절 들으려 하지 않았다"며 "TM시장의 현실을 조금만이라도 이해했다면 이 같은 졸속대책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원칙 없음'도 권위를 깎아내린다. 인사개입이 대표적 예다. 금융당국은 장기집권의 폐해를 들어 지방은행의 최고 수장을 내쫓았지만 10년 넘게 은행장으로 재임하고 있는 외국계 은행의 수장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중잣대가 통용되자 금융당국의 일처리 방식을 놓고 배후 조종설이 흘러나왔다. 정치색이 덧씌워지면서 시장논리는 희석됐다.

무원칙이 '원칙'이 되면서 정책의 연속성도 실종됐다. 금융당국은 TM영업 중단 대책이 고용문제로 번지자 영업정지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며 누울 자리부터 만들었다. 대책이 나온 지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수많은 시장 관계자들의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를 책상 위에서만 해결하려 드니 새로운 대책이 또 다른 잡음을 일으키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아마추어리즘의 가운데에는 금융당국의 우월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금융당국 관계자가 시장 참여자들을 소환해 하대하는 관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정 케이스에서는 '시장 위에 금융당국이 있다'는 그들의 신조(?)를 대놓고 드러내기까지 한다. 자동차보험만 해도 엄연히 관련 법이 자유시장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대놓고 가격을 통제한다.

한 대형보험사 관계자는 "금융산업이 제아무리 규제산업이라고 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는 게 있다"며 "정부가 버젓이 가격통제를 해도 이상할 게 없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현주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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