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수나 재정규모의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공공부문은 다른 대부분의 선진국보다 작은 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문제점은 그 규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고 보인다. 이는 각종 국제비교에서도 나타나는데, 예를 들어 세계은행(World Bank)의 정부지표(Governance Indicator)에서 한국정부의 효과성은 210개 국가 가운데 45위, 규제의 질은 203개 국가 가운데 58위로 평가된다. 또 IMD(2007)의 국가경쟁력 지수에서 한국정부의 효율성은 55개 국가 가운데 31위로 평가되며 그 세부항목의 하나인 제도적 환경은 36위로 평가된다. 특히 정부의 정책방향 및 법적·제도적 환경에 있어서 한국정부는 40위권에 머물고 있다. 한국정부의 정책역량이 낮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서구국가와 비교할 때 한국에서는 각 정당 내 정책기구의 역할이 미흡하며 상시적으로 정책방향을 논의하고 의견을 수렴하여 정강으로 만드는 장치가 불충분하다. 둘째 장관의 잦은 교체 역시 정부 전체의 정책역량을 낮추는 중요한 원인이다. 셋째 장관뿐 아니라 부처 내의 모든 조직원들이 너무 자주 자리를 바꾸는 것도 문제다. 넷째 정책연구기능 역시 미흡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개별 정당 내부에서 정책기구의 역할이 미흡할 뿐 아니라 행정부 내에서도 정책연구기능은 미흡하다. 또 행정부 바깥의 대학이나 민간 연구소에서도 정책연구는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정책역량이 낮으니 재정지출의 효율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사업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 수혜대상이 어떤 계층인지, 목적달성여부를 사후적으로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사업이 입안되고 추진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의 주장과 같이 재정 역할 강화를 통해 국가경제의 경쟁력을 키우고 성장을 촉진하려 할 경우 혈세의 낭비만 가져올 공산이 크다. 앞으로 정부혁신의 핵심과제는 정부의 정책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