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신주식인(新酒食人)

지난해 12월 적발된 음주운전자 수가 전년 대비 24.4% 증가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한 온라인 사이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잦은 연말연시의 모임, 지나친 술자리 등으로 직장인의 71.3%가 후유증을 겪고 있으며 87%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술이란 적당히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는 묘약이다. 동서양의 많은 예찬론자를 양산해낼 만큼 술은 독특한 마력을 지닌 ‘특별한 음식’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나치게 되면 오히려 분위기를 더 긴장하게 만들고 인간관계도 소원하게 만들어버리는 독약이기도 하다. 술이 떨어지면 친구도 떨어진다는 러시아 속담과 주신(酒神) 바쿠스가 군신(軍神) 마르스보다 많은 사람을 죽인다는 영국 속담은 이러한 술의 매력과 해악을 가장 절묘하게 표현한 속담이다. 언젠가부터 과도한 음주와 ‘폭탄주’가 우리 사회에 일반화됐다. 모임에서 좌장쯤 되는 사람이 폭탄주를 제조해서 받는 사람의 주량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 돌리며 그것도 원샷을 강요한다. 이런 폭탄주는 ‘맛으로 마시는 게 아니라 분위기로 마시는 것’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돌리는 사람이 우월적 지위에 있는 양 우쭐해 하며 술이 약하거나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원샷을 강요하는 것은 당장 그 자리에서의 흥을 돋울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강요된 폭탄주는 더 이상 예찬의 대상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주신(酒神) 바쿠스일 뿐이다. 한때 신지식인(新知識人)이 되자는 캠페인이 있었는데 신지식인뿐 아니라 술 문화를 건강하게 바꿔가는 신주식인(新酒食人)이 돼보는 것은 어떨까. 이제 우리도 소득 2만달러 시대에 걸맞은 건전한 음주문화를 형성할 때가 됐다. 우리 조상들은 폭음을 하기보다는 참으로 멋스럽게 술을 마셨다. 술 한 잔에 녹아 있는 낭만과 여유가 부럽기까지 하다. 인생은 끊임없이 자기반성과 성찰을 해나가는 과정이다. 음주에도 역시 부단한 자기 수양의 노력이 필요하다. 술이란 자기와 주변을 어지럽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자신을 넓히고 인간과 세상을 사랑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 필요하다. 지금까지도 전해져 내려오는 술과 관련한 시조를 한 편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자네 집의 술 익거든 부디 날 불러주소 초당의 꽃 피거든 나도 자네를 청하겠네 백년쯤 시름없을 일을 의논코저 하노라 (김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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