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 관료들이 ‘신도시 바이러스’에 걸린 듯하다.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회의 시작 10분 전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신도시 발표를 언제 할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내게는 입이 없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고 질문을 피했다. “그래도 한마디해달라”는 계속되는 질문에 권 부총리는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이 저기 있지 않느냐. 건교부 장관에게 물어보라”며 입을 닫았다.
권 부총리에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다가가 신도시 문제를 꺼냈을 때도 답변은 마찬가지였다. 발언을 삼가겠다는 뜻은 오히려 강했다. 한 총리는 “신도시 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말을 하지 못한다”고 피해갔다.
그는 또 “(신도시건은)환율과 같은 문제다. 한마디라도 하면 혼란이 생긴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최고위관료들이 이처럼 특정 사안에 대해 함구로 일관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한 총리나 권 부총리 모두 그동안 국무회의 자리에서는 기자들의 질문에 가급적 소상하게 답변을 해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두 사람 모두 이처럼 입을 닫은 것은 최근 재경부의 한 고위관계자가 오프더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2곳 동시발표’ 거론하면서 신도시 후보지를 둘러싼 관측성 보도들이 나오고 신도시 후보지를 중심으로 시장이 출렁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제2의 추병직(전 건교부 장관) 사태’를 우려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