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사금융 실태부터 파악하라

법무부가 지난 4일 대부업을 제외한 모든 금전 거래의 이자를 연 40%로 제한하는 ‘이자제한법’ 제정을 골자로 하는 서민법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이 발표되자 그동안 고리의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자살한 사람부터 이혼을 하고 가정이 풍비박산된 서민들의 애환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법무부는 바로 이런 서민들의 애환을 해소해주기 위해서도 이자제한법을 다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법무부의 주장대로 새로운 법이 마련된다면 서민들의 고통이 해결될까. 정부는 그동안 고리대금업자들을 법률이 없어서 단속하지 못한 게 아니다. 금융감독 당국은 2003년부터 시행된 대부업법을 통해 개인간의 금전 거래시 연간 66%가 넘는 이자를 규제했고 이 법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그동안 사채업자들은 기승을 부리며 서민들을 울려왔다. 심지어 돈이 급한 약자들을 이용하기 위해 시중 무가지에 유료상담전화(060) 광고를 하고 급전을 빌려주기는커녕 유료 통신료만 챙기는 신종 사기단까지 등장하고 있다. 대부 업계에 따르면 대부업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전국에 약 2만4,000여개의 비등록 대부 업체가 활개치고 있다. 이들은 음지에서 활동하며 대부업의 이자 상한(66%)보다 높은 금리로 약자를 골탕 먹여왔다. 현재 사금융 업체의 감독 관리는 시ㆍ군이 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시ㆍ군 행정기관은 인력 부족을 이유로 실질적인 단속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즉 피해자가 사후에 금융감독원에 호소하거나 경찰에 신고해야만 단속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자제한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사금융에 대한 솜방망이 감독이 개선되지 않는 한 아무런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정부는 이자제한법 제정에 앞서 서민을 울린 사금융 업체의 실태부터 파악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한 후 고금리를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감독과 단속이 없는 상태에서 법만 만들면 고리대의 무질서가 잡힐 수 있을 것인지를 입법 이전에 충분히 감안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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