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명숙 총리체제 출범 의미와 과제

한명숙(韓明淑) 총리 지명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19일 국회를 통과함으로서 헌정 사상 첫 여성총리 체제가 닻을 올렸다. 이해찬(李海瓚) 전 총리의 바통을 이어받아 국정 2인자로서 내치(內治)를 관할하게 된 것이다. 참여정부에서는 초대 고 건(高 建) 총리에 이어 3번째 재상으로서 위로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통치를 보좌하고, 아래로는 일상적 국정운영을 책임지고 공직사회 전반을 대표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한 총리에게는 당장 헌정 사상 첫 여성총리라는 역사적 상징성과 국민적 기대감못지 않게 국정 안팎으로 버거운 난제가 적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선 노 대통령이 북핵문제와 독도사태 등 외교 현안 해결과 임기 후반기 최대국정과제로 설정한 양극화 해소 등 난제 해결에 천착하는 동안, `책임총리'로서의역량을 갖추고 내실있게 내치를 이끌어가는 것이 한 총리의 당면 과제라는 지적이많다. 이 전 총리가 여권내 차지하는 정치적 비중과 탁월한 정책적 역량을 앞세워 내치를 책임지고 이끌었던 `실세총리'였던 만큼, 이에 버금가는 총리상을 하루빨리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총리가 앞으로 총리실을 어떻게 끌고갈지에 각별한 관심이 모아지는 것도 이때문이다. 총리실은 고 전 총리 때만 하더라도 청와대 보좌기능에 그쳤으나 이 전총리 체제가 들어선 후 총리 권한 강화와 맞물려 "비대해졌다"는 비판을 받을 만큼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소야대로의 의회구도 환원과 이 전 총리 교체를 계기로 분권형 국정운영의 틀이 바뀐 만큼 총리실에 대한 구조조정 및 역할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임기 중반 `분할통치' 차원에서 입각했던 정동영(鄭東泳) 김근태(金槿泰) 두 대권주자의 여당 복귀를 기점으로 책임장관 시스템이 사실상 그 기반을 상실했다는 점에서 총리실의 기능 축소로 이어질 지가 관심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과 총리와의 역할분담 면에 볼 때 기존의 책임총리 체제에서 달라질 게 없다"면서도 "다만 이 전 총리와 한 총리의 전문분야와 임기 후반국정과제가 다른 만큼 총리실의 기능에서만큼은 다소의 조정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전 총리가 5선 의원의 관록과 여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정책통으로서의 리더십을 갖고 통일.외교.국방 등 대통령의 외치 분야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부처 업무와정책 과정에 관여했다면, 한 총리는 부처간 조화를 바탕으로 최대한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전문분야라 할 수 있는 여성과 환경, 문화예술,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좀더 관심을 두고 내각을 운영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이상수(李相洙) 노동, 정세균(丁世均) 산업자원, 유시민(柳時敏) 보건복지부 장관 등 여당 내에서 일정한 지분을 가진 `정치인 장관'들이 노사정.비정규직 문제,국민연금 개혁 등 정치.사회적 핵심 현안을 다루고 있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또한 행정자치, 정보통신, 해양수산부 등 내각의 다른 축에서는 혁신 마인드와전문성을 갖춘 관료 출신 장관이 부처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한명숙 총리 체제는노 대통령을 중심으로 각 부처의 자율이 보장된 또다른 '소(小)분권형'의 색채를 띨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따라서 한 총리는 앞으로 내각의 관리자이자 조정자의 역할에 보다 충실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한 총리 지명 당시 "안전항해를 위한 조타수를 세워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한 총리가 첫 여성총리라는 이미지에 갇혀 과거와 같은 `대독총리'에머물 것이란 시각은 찾기 어렵다. 청와대부터 김영주(金榮柱) 경제정책수석을 국무조정실장에 임명해 총리 보좌에효율성을 기하는 등 한 총리의 내각 장악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데다, 한 총리자신도 내각 챙기기에 적극적 의사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 대통령에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과 외교.안보 현안 등 국정과제 및 외치 관련 과제가 산적하다는 현실적 배경도 한 총리에게 주어진 내치의 영역을 확대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 총리 개인적으로도 빠른 시일내에 공직사회를 장악하는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부각된 듯한 양상이다. 총리 인선 과정에서부터 제기돼온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느냐가 첫 여성총리의 순항 여부를 가를 것이란 관측에서다. 정치권, 특히 야당과의 상생 관계 설정도 한 총리에게 부여된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거론된다. 노 대통령이 고심 끝에 한 총리를 지명한 것 자체가 '대화정치'를 통해 미래위기에 대처해나가겠다는 뜻이었고, 그런 차원에서 한 총리는 여야를 넘나드는 소통의메신저로서의 역할을 부여받는 것도 사실이다. 한 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사상검증 등 정치공세에 가급적 대응을 피하면서 자신이 한때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를 "독재자의 딸"로 비난한 데 대해"적절치 않았다"고 사과하는 등 한껏 몸을 낮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한 총리는 동시에 노 대통령과 여당을 잇는 `가교' 역할을 매끄럽게 수행해 나가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당장 5.31 지방선거 후 예상되는 정계개편 가능성 등 정국 불안 요인을 감안해서라도 집권 여당과의 관계를 '정책분야의 당정일치'가 구현되는 굳걷한 협력관계로정립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 여권이 한 총리에게 바라는 한결같은 요구 사항이다. 즉 여당은 국정운영의 반려자로, 야당은 국정의 협력자로 새롭게 관계가 이뤄질수 있도록 한 총리가 제반환경 조성과 함께 합리적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는 주문인셈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참여정부의 로드맵을 잘 관리해나가면서 정치개혁 등 각종 개혁과제를 정치권의 협조를 통해 매듭짓는 것이 한 총리에게 부여된 과제라고본다"며 "여성총리라는 상징적 측면도 간과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 '일하는 총리'의면모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