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경제 앞날 글쎄요"

그린스펀 발언의 의미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21일 하원 금융위원회에서 한 발언은 비관론과 낙관론의 두가지 메시지를 모두 포함하고 있지만,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에 무게를 실었다. 경제의 취약성이 기대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내년초에나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발언에서 그의 비관적 견해를 읽을수 있다. 그는 미국 경제 침체가 지속될 경우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뉴욕증시는 금리인하를 또 단행할 만큼 경제가 어렵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편 그는 "경기침체의 속도가 완만해지고 있다"면서 경제 쇼크가 올 것이라는 두려움에서 벗어났다며 조심스런 낙관론을 폈다. 뉴욕금융시장 참여자들은 그린스펀이 경기가 회복하고 있다는 분명한 확신을 심어주길 기대했다. 그러나 특유의 애매한 표현 대신에 직설적인 화법을 쓴 점이나 굳은 얼굴 표정, 문맥 등에서 시장은 그의 비관론에 더 많은 비중을 두었다. 이날 그린스펀 발언은 금융시장에 각기 다른 영향을 주었다. 뉴욕 증시에서는 경기 불안 장기화에 초점이 맞춰져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으며, 채권시장에선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로 채권 가격이 상승했다. 외환시장에선 이날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외환시장 불개입론에 이어 그린스펀 의장의 경기 침체 장기화론이 겹쳐 달러 가치가 하락했다. 그린스펀 발언중 가장 주목받는 대목은 경기 회복시기를 연장했다는 점이다. FRB 고위간부들은 그동안 올 하반기에 미국 경제가 회복할 것이라고 누누히 강조해왔는데, 그린스펀은 내년초에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린스펀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당한 정도"라며 "평균수준 이하(sub-par)의 저성장이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린스펀은 경제가 좋아질 근거로 ▲금리인하의 효과가 나타나고 ▲연방정부의 세금환불금이 돌아가며 ▲산업재고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그가 주장한 세가지 근거는 뉴욕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의 상당한 반론에 부닫치고 있다. 금리 인하 효과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최근 몇 년을 돌이켜볼 때 미국 경제가 금리 조작으로 움직여지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98~99년 FRB가 과열경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지만 경제의 거품은 심화되었다. 올들어선 금리를 인하했지만, 금융시장의 자산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금리 인하에도 불구, 금융 수요가 줄어들고 있어 그 효과가 반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연방정부와 FRB는 이달말에 각 가정에게 돌아갈 세금환불액이 소비를 창출할 것으로 믿고 있으나, 일회성 소비효과가 장기적인 경기 둔화를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FRB는 산업재고가 줄고 있다는 통계에 희망을 기대하고 있으나, 재고 감소는 생산 감축의 결과이지, 판매 확대에서 나온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FRB는 이날 낸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1.25~2%로 추정, 지난 2월의 추정치 2~2.5%보다 하향조정했다. 보고서는 내년에는 2%, 2003년에는 3%의 성장률을 달성, 경제가 점차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이 또한 지난해의 5%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린스펀은 이날 경기 회복을 위해 쓸수 있는 카드는 모두 던지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의원들에게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8월 21일에 있을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 포인트의 인하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20년만에 세계 경제의 세 축인 미국과 유럽ㆍ일본이 동시에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 미국만이 얼마남지 않은 금리인하 수단을 모두 쓴다고 해서 효과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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