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그린스펀 발언' 세계금융시장 요동

美·중남미 주가하락 달러화 급락세 돌아서요즘 미국 경제를 휘감고 있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부시 행정부 관료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멤버 중 일부는 연이어 낙관론을 펼치는 등 하반기 경기 회복을 위한 군불 때기에 나서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경기 둔화 지속을 넘어 경착륙에 대한 우려마저 제기하고 있다. 특히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의 경제 상황 인식은 특유의 애매한 표현에도 불구하고 세계금융시장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가 시사한 추가 금리인하는 곧 미국의 경기 침체를 인정한 셈이며, 특히 유럽 아시아 중남미 등 여타 경제권의 경기 둔화가 미국의 경기 회복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말도 쉽게 지나치지 못할 대목이다. 이 같은 세계 경제 침체에 대한 불안감은 금융시장에서부터 가시화되고 있는데, 이날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으로 세계 증시는 물론 외환시장이 요동을 쳤다. 특히 미국 수출 경쟁력 약화 및 과도한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안정 통화 선호현상으로 그 동안 강세를 이어온 달러가 본격적인 하락 기조로 반전 할 가능성도 있어 세계금융시장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 정부와 재계 이견으로 달러화 향방 불투명 지난 18일과 19일 세계 외환시장이 요동을 친 집적적인 요인은 물론 그린스펀의 '입'때문으로 볼 수 있다. 미국 경제가 여전히 취약한 상황에 있으며, 올 연말까지 반등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그의 발언이 고스란히 외환시장에 반영돼 달러화 가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한 달러가 약세 기조로의 반전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미국 재계와 노동계의 평가절하 압력도 한 몫하고 있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지적이다. 달러화는 지난 4년간 다른 주요 통화들에 비해 가치가 근 30% 평가절상돼 있는 상태다. 미국의 재계와 노동계는 18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번 주말 제노바에서 열리는 G8(선진 7개국과 러시아) 연례 정상회담에서 과도한 달러 가치를 낮추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달러 가치가 과다하게 높게 유지됨으로써 미국의 무역 적자가 급증하고 일자리가 축소되면서 그 부작용이 확산, 결국 세계 경체 침체까지 유발지도 모른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과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과평가된 달러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외환시장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시각이 이와는 180도 다르다는 게 리스크 잠재력을 키우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강한 달러로 인해 미국의 수출이 힘들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자본 유입은 늘어난다면서 미국 경제의 상당 부분이 달러 가치 상승에 따른 자본 유입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만큼 시장논리에 의해 환율이 결정되도록 놔두는 것이 상책이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의 요구와 정부 정책 사이의 괴리가 확연함에 따라 달러화는 더욱 불안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달러 약세 본격화되면 위험 가중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 96년부터 5년간 무려 5조7,000억 달러의 자본이 미국시장으로 유입됐다. 유럽, 아시아, 중남미 등 여타 지역이 돈가뭄에 시달린 것과 정반대로 미국의 장기 호황에 따른 증시 활황, 신기술에 대한 장미빛 꿈, 안정적인 자금시장 등에 휩쓸려 돈이 몰려든 것이다. 특히 이 돈은 기술주 거품이 붕괴된 이후에도 미국에서 빠져 나오지 않고 있다. 실제 올 들어 지난 1ㆍ4분기 미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금은 9,500억 달러로 여전히 고 유에스 에이(go USA)는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린스펀 의장의 말대로 미국의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생산성도 떨어져 투자매력 감소에 따른 달러화 가치 하락이 급격하게 이루어질 경우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달러화 가치 하락은 미국 자금시장에서의 자금 이탈을 불러와 이의 방지를 위한 금리상승 압력이 거세지는 것은 물론 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상당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와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여전히 달러화를 선호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안정성에 대한 신념이 꺾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달러화의 하락이 지속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강한 달러는 자금 이탈을 우려하고 있는 유럽 등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데다 재계와 노동계 등의 압력도 커져 곧바로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구영기자 윤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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