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제재방업 없어 관할구청 전화독촉 그쳐롯데건설이 시공하는 서울시 송파구 신천동 엘그린 빌딩 건설공사 사업이 10년째 장기간 표류, 인근 주민과 관할 구청으로부터 큰 원성을 사고 있다.
특히 롯데건설은 엘그린 빌딩의 용도조차 확정짓지 않은 상태인데도 현행 건축법상의 행정조치를 피하기 위해 매년 골조공사를 진행하다 공사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10년을 끌어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건축법에는 건축허가를 받고 1년 안에 착공을 하지 못하거나 장기간 터 파기공사만 진행 중일 때 도시미관ㆍ안전 등을 이유로 관할 구청에서 원상회복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8일 관할 구청인 송파구청에 따르면 민원제기와 도시미관 등을 고려해 조속한 건물 완공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을 뿐 마땅한 규제방법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용도변경에 또 용도변경
사업부지가 위치한 곳은 신천동 7-18. 지난 90년대 초 건축허가를 신청했으나 지금껏 건물 용도를 확정짓지 못했다. 현재 골조공사를 진행하다 공사가 중단된 흉물스러운 상태다.
송파구청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당초 땅 소유주인 롯데쇼핑과 협의, 판매시설을 신축하려 했다. 그러나 인근에 롯데백화점이 있다는 이유로 그룹 차원에서 반대, 업무시설로 용도를 변경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말에는 다시 주상복합으로 용도를 변경하는 등 그간 10여차례에 걸쳐 설계ㆍ용도변경을 거듭해왔다는 게 구청측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주상복합에서 또다시 설계ㆍ용도변경을 고려, 현재도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특히 롯데건설은 주상복합으로 용도변경을 받았음에도 현장 간판에는 변경 전인 오피스텔 건축내역을 그대로 표시, 인근 주민들의 민원을 무마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규제방법이 없어 고민하는 구청
인근 주민들의 민원제기와 도시안전 등을 고려, 관할 구청이 송파구에서 조속한 건물 완공을 수차례 요구했다.
그러나 롯데측은 어떤 용도로 건물을 사용할 것인지, 언제 완공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고 '이른 시일 안에 마무리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 구청의 설명이다.
구청 건축과의 한 관계자는 "인근 주민 민원과 안전을 이유로 들어 원상회복 등의 행정조치도 검토해봤다"며 "그러나 현행법상 골조가 올라가면 제재할 방법이 없어 전화로 독촉만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사업부지와 이웃한 인근 주공4단지 한 중개업소의 관계자는 "미관상의 문제뿐 아니라 판매ㆍ주거시설이 들어서면 교통난이 예상된다"며 "이렇다 보니 롯데측에서도 이 건물의 정확한 용도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건설의 한 관계자는 "현재 설계ㆍ용도변경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잠시 공사가 중단된 것일 뿐 이른 시일 안에 건물을 준공시킬 것"이라며 "사업성 때문에 공사 재개ㆍ반복을 거듭해온 것이지 행정조치를 피하기 위한 것이나 다른 뜻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종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