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 강행] 국제사회 반응
경악…일제히 "도발 용납 못한다"
최수문 기자 chsm@sed.co.kr
美 "코너에 몰린 北의 대응…자제 촉구" 中 "북서 핵실험 20분전 알고 韓·美에 통보" 日 "총리 관저에 대책실 마련 정보 분석중"
국제사회는 북한의 9일 오전 전격적인 핵실험에 대해 경악했다. 설마 하던 것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미국과 일본ㆍ중국 등 주요국들은 사실관계 파악에 들어가는 한편 대응책 마련에 하루 종일 분주했다. 중국은 핵실험 20분 전 북한으로부터 경고를 받고 미국과 한국 등에 이를 통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ㆍCNN 등 주요 외신들은 이날 11시30분께부터 긴급 속보로 북한 핵실험 주장 발표와 지진파 탐지 내용을 보도하면서 북한의 핵무장으로 동북아시아의 힘의 균형이 변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 정부는 8일 오후 북한의 핵실험 발표가 나오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도 즉각 대응하기보다는 사실 파악에 주력하는 등 신중한 대응 태도를 보였다. 미 정부는 처음에는 "북한의 핵실험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보도가 사실인 것 같다"며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에 무게를 싣기 시작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도 9일 오전10시35분 북한에서 4.2 규모의 진동을 감지했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은 핵실험 다음날인 9일(현지시간) 논평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 강행은 국제사회에 도전하는 '도발적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가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미국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역내 우방에 대한 보호와 방위의지를 거듭 확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북한이 성공했다면'이라는 가정 아래 규탄 성명을 냈을 뿐 미국 언론이 전한 익명의 백악관이나 국방부ㆍ정보기관 관계자들의 핵실험 사실인정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는 않았다. 미국이 앞서 북한의 성공을 확인해줄 필요는 없다는 의미로 보인다. 미 정부 내 일부에서는 지진파 규모를 볼 때 북한의 실험이 실패에 가깝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이와 관련, UN 무기사찰관을 지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이날 미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실험은 '코너에 몰린 자의 대응'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북한의 핵무기 실험이 단발성에 그친다면 '긍정적인 신호'일 것이라며 북한이 더 많은 핵무기를 확보하기 위해 여러 차례 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에 비해 북한으로부터 핵실험 직전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반응은 예상보다 격렬했다.
중국 정부는 9일 외교부 성명을 발표, 북한이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반대를 무시한 채 '제멋대로' 핵실험을 했다며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이는 중국이 국제사회의 북한 제재 시도를 이제 반대만은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으로 추측됐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10월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반대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핵실험을 실시했다"면서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단호한 반대를 표시한다"고 밝혀 종전에 비해 훨씬 분명한 비난의 뜻을 나타냈다. 이 성명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핵확산 반대가 중국 정부의 확고하고 일관된 입장이라면서 중국 측은 북한에 비핵화 약속을 성실히 지킬 것, 정세를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는 일체의 행동을 중지할 것, 다시 6자 회담의 궤도로 돌아올 것 등을 강력하게 요구해왔다고 지적했다. 한편 리자오싱 외교부장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오후 전화로 북한의 핵실험을 통한 당면한 한반도의 새로운 사태 발전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일본 정부도 9일 총리 관저에서 긴급 고위 안보관계자 회의를 소집하고 사실 확인을 서두르는 등 정보 수집ㆍ분석을 위해 기민하게 움직였다. 아베 신조 총리의 외유로 총리직을 대행하고 있는 시오자키 야스히사 관방장관은 이날 총리 관저의 위기관리센터에 '관저 대책실'을 설치, 아소 다로 외상과 규마 후미오 방위청 장관 등 관계장관과 관계부처의 국장급을 긴급 소집했다. 시오자키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 핵실험에 대해 "일본은 물론 동북아에 중대한 위협이자 도전이며 일ㆍ북 평양선언과 6자협의의 취지를 거스르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로서 엄중한 항의와 강력한 비난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일부 전문가들도 지진의 규모가 매우 작은 점 등으로 볼 때 "소규모 폭발이거나 핵폭발 실험의 실패로 보인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와 함께 영국과 독일ㆍ프랑스 등도 "북한의 핵실험은 동북아 및 세계 안보를 해치는 완전히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난하며 UN 안보리가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러시아는 북한의 핵실험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제재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국가두마(의회)의 콘스탄틴 코사체프 국제관계위원장은 "북한의 핵실험이 핵무기 보유 사실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북한의 반발을 촉발할 제재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자국의 핵 통제시스템을 통해 이날 오전10시35분 북한 지역에서 지하 핵실험이 실시됐음을 확인했다.
한편 외신들은 북한의 핵실험이 동북아시아의 힘의 균형을 바꿔놓았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북한의 핵실험이 아시아 지역에서 핵무장 경쟁을 촉발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으며 뉴욕타임스는 지난 20년간의 미국 대북외교정책 실패의 소산이라고 지적했다.
입력시간 : 2006/10/09 1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