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장관과 국민, 누가 속았나?

현상경 기자<경제부>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개혁기획단은 연내 폐지하거나 완화할 규제개혁 방안을 18일 내놓았다. 내용 중에는 기업들이 꾸준히 요구해온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내 대기업 공장증설 허용’을 검토한다는 방안이 담겼다. 산업자원부 소관이다. 행정도시 건설계획이 확정될 경우 이를 함께 검토한다는 게 골자. 발표 하루 전 확인을 거쳐 기사가 나갔다. 가판이 뿌려진 직후 산자부에서 전화가 왔다. “그런 방안을 올린 적이 없다”며 “기사를 빼지 않으면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주장이었다. 건설교통부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 같은 내용을 추진하거나 마련한 적이 없다. 국무회의 보고 사항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다음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과 기업이 건의한 규제’ 중 산자부가 연내에 검토하기로 한 과제 ‘1순위’로 해당 내용이 있음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산자부 관계자는 “기획단이나 국무조정실이 멋대로 올린 것 아니냐. 그쪽에 알아보라. 연내 추진할 수 없는 과제다”는 대답만 반복했다. 기획단은 “소관부처가 선택해 검토하겠다고 마련한 내용”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산자부 관계자와 다시 통화하면서 산자부 장관이 참석해 보고한 국무회의 자료에 그 내용이 있다고까지 설명해줬다. 돌아오는 대답이 가관이다. “정말이냐. 오늘 그런 내용이 국무회의에 올라갔느냐. 나는 자료를 본 적이 없어서 몰랐다.” 건교부측도 “산자부가 올렸는지 몰랐다. 어쨌거나 우리는 그 같은 내용에 반대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규제 완화라는 정부의 약속이 신선한 메뉴는 아니지만 이번에는 일말의 기대를 가졌다. 연내에만 무려 1,000여건을 완화한다고 한다. 그래도 못 미더운지 분기별 추진과제와 일정까지 마련됐다.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하지만 정작 일선부처의 움직임은 딴 판이다. 자신들이 1순위로 뽑아놓은 소관사항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다니…. 실무자들이 국무회의와 장관을 속인 것인지, 기획단이 제멋대로 올린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게 대대적인 규제 완화를 한다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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