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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퀸을 만든 사람들 '연아는 내 운명'

남편 생일·큰 딸 졸업 잊고 헌신한 엄마 박미희씨 …

예술성 극대화 시킨 안무가 윌슨 …

피겨 길로 인도한 류종현·신혜숙 코치

김연아(24)는 어쩌면 한국 스포츠사에 다시는 나오기 힘든 불세출의 스타다. 재능을 타고난데다 1만 시간이 훌쩍 넘는 연습과 강심장으로 세계를 홀려왔다. 그간 김연아가 쌓은 업적은 피겨 불모에서 외롭게 싸워 올린 눈물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는 '피겨여왕'의 탄생과 수성을 위해 함께 뛴 '김연아의 사람들'이 있었다.

◇엄마이자 매니지먼트사 대표 박미희씨="(김)연아는 내 전공이었다. 학창 시절의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연아에 대해 공부했고 연애할 때보다도 뜨겁게 연아에게 헌신했다". 김연아의 어머니이자 매니지먼트사 올댓스포츠의 대표인 박미희(57)씨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박씨는 딸의 성공을 위해 19년을 바쳤다. 남편의 생일을 잊고 큰 딸(언니 김애라씨)의 졸업식에 불참할 정도로 김연아에게만 몰두했다. 딸이 세계 대회에서 성적을 내기 전까지는 코치 섭외부터 빙상장 대여까지 하나부터 열까지를 혼자 해냈다. 박씨는 딸의 매니저이자 운전수·물리치료사였다. 딸만 위하는 박씨의 행동이 주변에 이기적인 모습으로 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녹초가 된 딸을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얼음 위로 밀어내는 박씨가 없었다면 지금의 김연아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박씨는 "연아의 재능계발을 돕는 것은 내 운명"이라며 "내 딸은 곧 나 자신이므로 이는 결국 나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윌슨과 오서=안무가 데이비드 윌슨(48·캐나다)은 김연아가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2006년 프리 스케이팅 '종달새의 비상'의 안무를 짜면서 처음 김연아와 호흡을 맞춘 윌슨은 9년째 김연아를 떠나지 않고 있다. 종달새의 비상 이후 거의 모든 프로그램 안무를 윌슨이 만들었다. 무릎 부상으로 일찍 선수생활을 접고 안무가의 길을 택한 윌슨은 김연아를 만나면서 세계 최고의 피겨 안무가로 입지를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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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김연아로서도 윌슨을 만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김연아의 연기에서 눈에 띄게 예술성이 좋아진 것도 윌슨을 만나고부터다. 잘 웃지 않고 좀처럼 속마음을 내비치지 않던 김연아를 윌슨은 천의 얼굴과 몸짓을 지닌 예술가로 바꿔놓았다.

지금은 일본 대표팀을 맡고 있지만 브라이언 오서(53·캐나다)도 김연아의 피겨인생에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조력자다.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로 캐나다 남자 피겨의 전설로 통하는 오서는 2007년 3월부터 김연아의 코치를 맡았다. 김연아는 여자 싱글 사상 첫 200점 돌파(2009년 세계선수권)와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2010년 2월) 등 최고의 순간을 오서와 함께했다. 하지만 둘은 밴쿠버 올림픽 6개월 뒤인 8월 '아름답지 못한 이별'을 했다.

◇류종현·신혜숙 코치=이번 올림픽에서 김연아가 '키스 앤드 크라이존'에서 점수를 기다릴 때 TV 화면에 함께 나온 사람들이 바로 류종현(46), 신혜숙(57) 코치다. 류 코치는 김연아를 피겨 선수의 길로 들어서게 한 주인공이다. 김연아를 눈여겨본 류 코치의 제안으로 박미희씨는 '피겨맘'이 되기로 결심했다. 아이스댄스 선수 출신인 류 코치는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김연아를 지도했다.

신 코치는 '한국 피겨의 대모'로 불린다. 일본에서 피겨를 배우고 와 30년 가까이 지도자 생활을 했다. 초등학생이던 김연아를 2년 반 남짓 가르쳤다. 은퇴 기로에 섰다 소치 올림픽 출전을 택한 김연아는 선수로서 마지막 무대를 옛 스승들과 함께하기로 하고 지난 시즌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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