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이 갖는 기업사의 의미는 여러가지다. 우리나라 기업사상 최대의 인수합병이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며, 1년 이상 혼란에 빠져있던 거함(巨艦) 기아가 새 선장을 만나 새 출발을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공식선언도 된다. 또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의미는 현대가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양상을 보이고 있는 자동차산업에서 확고한 기반을 갖추게 됐다는 점이다. 물론 7조원 이상에 달하는 인수관련 자금문제, 채권단의 승인여부, 고용승계, 복합 차종의 정리 등 산적한 문제가 한둘이 아니지만 기아·아시아가 워낙 큰 기업이어서 예상할 수 있는 진통이다.
기아인수가 계획대로 추진되면 현대는 플랫폼(車臺) 공용화를 통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 스스로의 장담. 『기아를 인수하면 5개 플랫폼에서 15개 모델의 생산이 가능해 진다』
이렇게 되면 현대는 플랫폼당 50만대, 모델당 15만대를 생산, 세계 10대 메이커에 손색없는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플랫폼을 공유하게 되면 개발기간을 현재 3년에서 2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것도 현대가 강조하는 의미다.
이 「장면」이 갖는 또 하나의 큰 의미는 부품분야. 현대·기아의 1차 협력업체(600개) 가운데 일부는 조정되겠지만 전체적으로 경쟁력있는 업체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통폐합,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최대 문제점인 부품산업의 경쟁력 강화의 계기도 될 수 있다.
현대 문화의 큰 변화도 큰 의미의 하나. 현대는 그동안 「말뚝경영론」을 믿고, 실천해왔다. 남의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죄악시했을 정도. 그래서 현대의 대다수 계열사는 말뚝박기 부터 시작해 국내 정상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최근 현대는 달라지고 있다. 금융(국민·한남투신)을 비롯 제조부문의 한화에너지 인수를 결정했다. 기아 인수는 「달라지는 현대」의 상징이다.【박원배·정승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