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시험대에 오른 외교당국

올들어 외국에서 한국인 납치 사건이 잇달아 발생함에 따라 정부의 재외국민 보호정책 및 위기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3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KBS 용태영 특파원은 다행히 납치된 지 하루 만에 풀려났다. 그러나 4월 소말리아 인근 해상에서 납치된 동원호 선원들은 아직 풀려나지 못하고 있다. 전국민이 동원호 선원들의 석방 소식을 가슴 졸이며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7일 나이지리아에서 대우건설ㆍ한국가스공사 등 한국인 직원 5명이 납치됐다. 피랍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재외국민 보호가 일차적 책무인 외교부의 고민이 깊다. 정부로서는 불법 납치단체와 직접 협상에 나서기 어렵다. 나쁜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의 역할은 외교 채널과 정보력을 총동원해 석방 교섭을 ‘측면 지원’하는 데 그친다. 나이지리아에서 한국인을 납치한 주도세력인 ‘니제르델타 해방운동(MEND)’은 자신들의 지도자를 석방해달라는 정치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또 나이지리아 정부가 직접 협상장에 나올 것을 요구하고 있어 우리 측이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더욱 좁아 보인다. 또 납치를 자행한 세력의 성격이나 요구 사항이 제각각이라서 정부로서도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다. 특히 소말리아 현지의 무장납치세력은 터무니없는 요구 조건을 제시하고 있어 석방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리를 해서라도 이들의 조건을 수용한다면 당장의 불은 끌 수 있겠으나 이 경우 한국인들이 또 다른 납치의 대상이 될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합리적인 석방 조건을 만들어내는 데만 집착해서는 곤란하다. 피랍자 가족들의 고통이 커지면서 국내 여론이 악화될 수 있으며 무엇보다 피랍자들의 신변이 위협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칫 일이 어그러질 경우 2004년 김선일씨 피살 사건과 같은 경우가 재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외교부 등 관련 부처들은 한국인 피랍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합리적 석방 교섭’과 ‘피랍자 안전’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외교 당국이 이 ‘외줄’을 무사히 통과해 전세계로 뻗어가고 있는 우리 기업과 국민들에 든든한 ‘뒷받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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