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련의 분쟁 과정에 대해 전혀 다른 사실을 주장하면서 진실게임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사결정 과정은 물론 현재 우호지분 현황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다만 양쪽의 말을 종합하면 어느 정도 실마리를 풀어볼 수 있다
① "우호지분 70%" 누구 말이 맞나
신동빈 회장 측은 지난 29일 경영권의 관건인 일본 롯데홀딩스에 대해 "우호지분 과반을 확보했으며 최대 70%에 이른다"고 밝혔다. 광윤사의 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우군이라는 뜻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신동주 전 부회장은 역전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은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반대의 얘기를 했다. 그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27.65%)과 달리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광윤사의 지분 33%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종업원 지분(32%)과 자신이 지닌 소량의 지분을 더하면 3분의2 이상이 자신의 우호지분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3분의2에서 최대 70%를 놓고 서로 자신의 편이라고 주장하는 셈인데 결국 신격호 총괄회장의 정확한 주식 수와 종업원 지분을 포함한 우호지분의 향배가 핵심이다. 현재로서는 신동빈 회장이 현직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을 해임하는 이사회 안건을 통과시킨 것도 이런 배경이 있을 수 있다. 한국 롯데 측이 이날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해 "판단이 어려운 상태"라고 말을 바꾼 것도 주주 설득용으로 해석된다. 결국 신격호 총괄회장이 주총에 참석하거나 직접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②누구의 쿠데타냐
신동빈 회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고령의 아버지를 앞세워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시종일관 주장한다. 하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아버지의 말을 거역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자신의 해임과 일본 롯데 경영권 장악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특히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의 해임을 지시했지만 말을 듣지 않아 직접 일본을 찾아갔다고 말한다. 쓰쿠다 다카유키 대표이사를 포함해 일본 롯데 이사 9명을 '손가락 해임'했는데 신동빈 회장이 이를 거역했다는 것이다. 결국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이 중요하다. 모든 쟁점에 적용되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의 상태에 따라 쿠데타의 주인공이 결정된다. 물론 아버지의 의중과 관계없이 신동빈 회장이 그동안의 경영성과와 향후 비전을 앞세워 주주 설득에 성공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③ 실적 탓? 노림수?
신동주 전 부회장은 자신의 투자실패가 회사에 손실을 줬지만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대표가 잘못된 정보를 아버지에게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신동빈 회장 측의 노림수였다는 얘기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 측 생각은 다르다. 일본 롯데의 실적부진 탓으로 한국 롯데가 83조원이 될 때 일본은 5조9,000억원에 머무른 게 이유라는 말이다. 신동빈 회장의 중국 사업 보고 누락도 거론된다. 신동빈 회장도 중국 사업과 한국 롯데 실적을 총괄회장에게 잘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동빈 회장 측은 시작 때부터 총괄회장의 결정으로 이뤄진 것으로 매번 보고가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결국 신동빈 회장이 독단적으로 일 처리를 했느냐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으로서는 양쪽 회사를 신동빈 회장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어 제대로 된 실체규명은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