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케냐에서 대통령 부정선거 의혹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대규모 유혈충돌이 일어나 지금까지 사망자가 185명에 달하는 등 정초부터 극심한 혼돈을 겪고 있다. 1일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 27일 치러진 케냐 대선에서 음와이 키바키(사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가운데 이를 부정선거라며 선거 결과를 거부하는 야당 및 야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4일째 수도 나이로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유혈극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지금까지 서부 엘도레트 시에서 23명의 새로운 사망자가 추가 보고되는 등 모두 185명이 숨진 것으로 병원 측은 집계했다. 선거 결과를 부정하는 시위자들은 나이로비의 한 대형 중고시장에 불지르는 한편 빈민가에서는 시민들이 석탄을 통째로 훔치는 등 약탈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길거리로 나와 자동차에 불을 지르다 경찰의 총에 맞아 쓰러지는 등 사태가 걷잡을수 없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야당인 오렌지민주당(ODP)의 라일라 오딩가 후보는 이번 선거가 조작됐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한편 그의 지지자들에게 ‘대체 취임식’을 위해 집결하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케냐 경찰 당국은 오딩가 후보 측에 이 같은 계획을 시행할 경우 그를 체포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번 소요사태 배경에는 부족간 갈등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키바키 대통령은 케냐의 최대부족인 키쿠유 족 출신인 데 반해 오딩가 후보는 제3부족인 루오 족 소속이면서 비 키쿠유 부족이 아닌 세력들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과 영국은 케냐 당국에 케냐 대선의 부정행위 가능성에 대해 조사를 실시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키바키 대통령과 오딩가 야당 후보와 각각 통화를 갖고, “케냐 국민들의 의지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당일, 케냐에서 오딩가 후보가 여론조사와 개표에서 모두 키바키 현 대통령을 앞서고 있었다. 그런데 선거관리위원회가 갑자기 개표 발표를 중단한 이후 키바키 대통령이 승리한 것으로 발표했다. 한편 키바키 대통령은 신년사 발표를 통해 국민들에게 단합을 호소하면서 말썽을 일으키는 자는 엄밀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