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의 인기 그룹 2PM은 15일 오후 9시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장장 90분에 이르는 생방송 쇼 '2PM이 '우리 집'에 온다'를 방송했다. 정규 5집 앨범 '넘버5(No.5)'의 음원과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지 21시간 만이다. 멤버들은 방송을 통해 신곡 12곡을 한 소절씩 라이브로 선보이는가 하면 칵테일 만들기 등 다채로운 게임을 하며 팬들과 여러 교감을 나눴다. 영상은 수많은 기사와 화젯거리를 양산하며 주목을 받았고, 2PM은 텔레비전 첫 음악 방송을 하기도 전에 자신들이 다시 활동을 재개한다는 사실을 대중에 톡톡히 알렸다.
#. YG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아이돌 빅뱅은 5월부터 8월까지 매달 한 곡 이상이 수록된 싱글앨범 'M, A, D, E'를 차례로 발표한 후 이를 모아 9월 정규앨범 '메이드(MADE)'를 발매하겠다는 내용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개별 곡들을 별도로 발표함으로써 각 노래에 대한 관심을 최대치로 높이겠다는 전략. 그 밖에도 빅뱅은 과거와 달리 여러 방면에서 팬들과 접촉하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10일부터 '메이드 다이어리'라는 포털 블로그를 통해 해외 각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월드 투어의 후일담 등을 소개하고 있으며, 7월부터는 인터넷 개인방송까지 진행한다고 한다.
"최대한 많이 노출하라"는 말은 음악·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행동 강령이 된 듯 하다. 닿지 않는 별처럼 대중과 거리를 두던 '신비주의' 전략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가능한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고 가급적 많은 매체에 얼굴을 비치려는 노력은 2PM, 빅뱅 같이 단단한 팬덤을 확보한 대형 아이돌조차 피할 수 없는 일이 됐다.
◇콘텐츠 홍수 시대, 눈에 띄어야 살아 남는다=업계의 변화는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의 성장과 함께 진행됐다. 구매자가 손쉽게 수많은 선택지를 고를 수 있도록 한 것은 물론 공급자 역시 저가로 음원을 낼 수 있게 되면서 온라인 음악 시장은 말 그대로 노래가 홍수처럼 범람하는 곳이 됐다. "새 음악이 나오면 무엇이든 해서 눈에 띄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단 누군가가 음악을 들어야 그 음악이 좋고 나쁜가를 논할 수 있는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고, 그 단계까지도 못 간 채 묻혀버리는 노래가 부지기수"라고 업계 한 관계자는 말한다.
YG·JYP 등의 대형 기획사가 신인 아이돌을 데뷔시키기 전 많은 비용과 수고를 들여 자체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을 하거나 쇼케이스 등을 진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을 기획하는 한국형 시스템은 이미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왔고, 이들이 내놓는 아이돌의 실력과 외모, 개성은 특별한 소수를 제외하곤 비슷비슷하다"며 "어떻게 하면 더 눈에 띌 것인가는 기획사의 마케팅 능력과 운에 달린 일"이라고 말했다.
◇출혈 경쟁·소비자 피로도 UP 등 걱정도 많아=이 같은 '블록버스터' 급 마케팅은 분명한 효과를 가져다 준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실제 빅뱅의 경우 개별 곡들의 노출도를 높이는 이번 기획의 결과 현재까지 공개된 4곡의 노래가 모두 음원사이트 상위권을 차지하는 효과를 누렸다. JYP가 케이블 방송에서 진행하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 '식스틴'을 통해 소속 걸그룹 '트와이스'는 데뷔하기도 전에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지나칠 경우 소비자들의 피로도가 커진다는 단점도 있다. 만약 이렇게 유명세부터 먼저 탄 가수의 노래나 실력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신인 그룹에 지나친 마케팅 비용을 쏟는 것이 기획사 전체의 재무 상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네이버 등 대형 포털사이트가 대중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 메인에 특정 아티스트의 기사가 나오고 노래가 추천되는 일은 지금도 음반 판매량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포털과 제휴를 맺을 수 있는 대형 기획사들만이 유리해지는 측면은 물론 실시간 검색어 조작 등 나쁜 관습도 점점 심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