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세계의 사설/8월 10일] 러 곡물수출 중단은 위험만 키운다

러시아의 곡물수출금지는 또 다른 세계식량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8월 9일자

2년 전, 농산물 가격 폭등으로 몇몇 개발도상국들의 거리에서 식량 폭동이 발생했다. 올해도 농산물 가격이 점점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특히 밀 같은 곡물 가격이 매우 빠른속도로 치솟고 있다. 지난 5일 러시아가 15일부터 연말까지 곡물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하면서 밀 가격 상승에 불을 붙이고 있다. 또 다른 식량 위기가 다가올 조짐이 일고 있다.


레닌이 예전에 곡물을 "통화들중의 통화"라고 칭한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곡물 가격은 사람들이 먹는 빵 등의 주요 소비재 가격뿐만 아니라 동물이 먹는 사료 가격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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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곡물수출금지 계획을 발표한 것은 러시아에 가뭄과 산불이 불어닥쳐 밀 곡창지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여름 수확분이 대폭 감소했고 겨울 수확량도 급락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러시아의 이러한 사정을 십분 이해할지라도, 수출금지조치는 역효과를 낳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곡물수출로 떼돈을 벌었던 러시아가 자국 시장을 보호하려다 되레 수출 감소로 무역수지에서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고 지난2008년 벌어졌던 곡물파동을 재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수출금지는 현재 활성화된 상품 시장 흐름과는 배치되는 조치다. 실제로 현재 상품시장은 2년 전 보다 상황이 낳은편이다. 곡물재고량도 훨씬 많다. 아르헨티나와 호주의 올 겨울수확량이 뒷받침돼 준다면 공급량은 수요량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이번 수출금지는 많은 사람들을 우려에 빠뜨리고 있다. 겁을 먹은 트레이더들은 공급분을 비축해 두려고 사재기를 할지도 모른다. 다른 주요 곡물 수출 국가들은 자국의 곡물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러시아의 수출 금지를 따라할 지 모른다.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들을 강구해야 한다. 과거의 상황이 되풀이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우선 각 국가들은 불모지를 개척하기 위해 관개시설 개선에 집중해야 하며 강한 내성을 가진 GM(유전자조작) 농작물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점점 빈번하게 발생하는 '곡물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더 세밀한 곡물비축전략이 필요하다.

여기에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어느 나라가 어느 기간 동안 곡물수출을 연기할 수 있는지 규칙을 정하는 국제 곡물 수출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이런 일련의 조치가 이뤄져야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각국의 식량 자급자족도가 높아진다. 지금과 같은 곡물수출금지 조치는 위험만 더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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