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아사태의 교훈/박원배 산업1부 차장대우(기자의 눈)

자동차 경영자들은 지난 7월 기아그룹이 부도유예협약대상으로 지정되자 『자동차산업의 특성을 모르는 무식한 행동이며 알고도 그렇게 했다면 음모』라고 주장했다. 지난 1백여일 동안 기아사태에서 비롯된 「국가대란」을 보면 그리 잘못된 말도 아닌 듯 싶다. 어림잡아 70조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계산이 나오니 말이다.정몽규 현대자동차회장은 이번 사태의 출발에 대해 『자동차에 대한 국민적 이해부족』을 우선 꼽는다. 또다른 회장은 『선진국에서 「자동차산업은 신이 준 선물」로 인식되지만 우리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르노가 벨기에에 투자했던 공장을 폐쇄하자 양국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빚어졌고 미국의 슈퍼 301조 발동 뒤에는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빅3로 구성된 미국자동차공업협회가 있다는 것은 자동차에 대한 선진국의 인식을 잘 보여준다. 자동차산업에 대한 인식개선은 고위관리, 언론, 국민들이 기아사태에서 배워야 할 첫번째 교훈으로 새겨야 할 것이다. 물론 여기서 자동차업계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두번째 교훈은 정책을 다루는 사람들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자가 감정을 앞세우면 기업이 망하는데서 끝나지만 정책결정권자가 흥분하면 국가경제가 파탄을 맞을 수 있다. 기아의 향방을 놓고 벌인 강경식부총리 등 현 경제팀과 기아그룹 경영진의 감정대립이 가져온 손실이 주는 교훈이다. 셋째는 책임행정이다. 고속전철사업에서 초래된 수조원의 국고낭비와 기아사태의 실기에서 비롯된 수십조원의 손실에 대해 책임지는 관리가 없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경영자의 부실책임은 전 경제부처와 검찰이 나서면서까지 추궁하면서. 그래서 요즘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유행하고 있다. 『정책집행을 잘못해 국가에 손실을 입힌 관리는 3대에 걸쳐 공직에 앉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되새겨야 할 점은 이미지다. 해외에서 기아자동차는 기아가 아니라 「한국차」로 통한다. 현대나 대우도 마찬가지다. 기아의 위기는 곧 한국자동차산업의 위기로 인식된다. 따라서 기아자동차가 정상화되지 않는한 한국의 자동차산업, 궁극적으로 국가신인도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관련기사



박원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