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검찰 수사쇄신 작업 속도낸다

임채진 총장 "품격·절제된 수사" 연일 강조<br>'수사전범' 만들어 표적·과잉·함정수사 논란 불식<br>검사교육 업그레이드등 임기내 정밀수사 기틀 마련<br>"청사내 피의자·참고인 사진촬영 금지" 인권 보호도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이 하지 말라.” “품격과 절제된 수사”를 강조해 온 임채진 검찰총장이 최근에는 기존 수사관행을 ‘조자룡 헌 칼’에 비유하며 연일 간부들에게 정신교육에 나서는 등 수사쇄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삼성 특검 결과발표로 ‘마음의 짐’을 벗어 던진 임 총장은 임기내 ‘정밀수사’의 기틀은 마련하겠다며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수사방식 일대 변화 예고 = 21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임 총장은 최근 대검 본청에서 제1차 검찰 핵심전략 과제 추진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검찰의 표적수사, 과잉수사, 함정수사 논란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사전범을 마련키로 했다. 수사전범은 표적ㆍ과잉ㆍ함정수사 논란을 피하기 위해 어느 선까지 수사할 것인가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법적근거를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등 기존 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무리수를 두지 않겠다는 것으로, 선진수사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효율적인 압수수색, 뇌물사건 등 특별수사를 위한 과학적 신문기법 등 20여개 핵심과제도 선정됐다. 연구성과는 나오는 대로 곧바로 현장에 접목시킬 방침이다. 대검 관계자는 “수사범위가 법적으로 어느 정도 허용 가능한지, 해서는 안되는 것을 지금껏 수사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뤄진 건 없는지 등 모든 것을 이론적으로 점검해 보려는 것”이라며 “전범이 마련되면 논란의 소지는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임 총장의 행보와 관련, ‘조자룡 헌칼’과 같은 과거 수사방식을 하루빨리 탈피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로 받아들이며 긴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검사교육도 업그레이드= 고소사건이 남발하면서, 수사력이 필요한 사건이 오히려 방해 받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고소사건 처리는 간소화ㆍ합리화한다는 의견도 모았다. 이는 고소사건을 무작정 방치하겠다는 게 아니라, 형사조정제도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고소사건의 종국해결 방식을 지향하겠다는 의미”라며 “고소사건의 경우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기소율이 20%도 채 안되기 때문에 형사조정제도를 활성화하면 기소사건 위주로 수사력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 총장은 또 검사교육에도 상당한 열의를 가지고 있다. 국제적 감각을 키우고 글로벌 범죄수사를 위한 국가간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검찰시스템을 알아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마약사건이나 보이스 피싱 등 국경을 넘나드는 사건에 대해 좀더 신속, 정확한 공조수사를 위해서는 검사들의 현지 연수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게 임 총장의 뜻이다. 임 총장은 이를 위해 차동민 검찰국장에 “올 검찰교육 예산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총장은 해외연수 검사 수를 대폭 늘리거나, 연수기간을 늘려 심도 있는 교육이 진행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참고인 사진촬영 절대 불가”= 임 총장의 검찰쇄신은 인사제도를 통해서도 표출되고 있다. 임 총장은 올해 초 정기인사를 통해 예정된 부장승진을 늦췄다. 이는 검찰의 경우 법원조직에 비해 너무 빨리 승진하다 보니, 유능하고 수사경험이 많은 검사들이 간부로 밀려나 수사업무를 맡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 때문이다. 임 총장은 “부장승진을 늦추면 일하는 검사가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기대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검찰총장을 배출한 기수는 자동 퇴임하는 관행을 탈피하기 위해 검찰총장 나이를 63세나 65세로 조절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중이다. 임 총장은 검찰청사 내에서 피의자나 참고인의 사진촬영을 금지하는 등 ‘초상권’ 보호에도 신경 써 ‘노 포토’란 별명도 얻을 정도로 피의자 인권 등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임 총장은 최근 사석에서 “피의자나 참고인의 사진촬영은 내가 지금까지 고집해 온 데로 청사 안에서는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피의자 인권을 보호하는 수사기조는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국민들의 검찰 불신 이 정도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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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검찰총장 경험담 실토
A 전직 검찰총장은 최근 사석에서 자신의 황당한 경험을 이야기 해 줬다. A전 총장은 최근 시내 모처 식당에서 지인들과 밥을 먹고 있는데, 지인 중 한 사람이 "검찰수사를 믿을 수 있느냐. 힘 있는 사람만 봐 주는 거 아니냐"며 말했을 때 그냥 넘어가려다 검찰의 이미지를 위해서도 중간에 끼어 들었다고 한다. "그렇지 않다. (과거처럼) 내부적으로 (힘 있는 사람만) 봐주려고 해도 쉽지 않다. 검찰 내부 시스템상 어렵다"고 바로 잡아 줬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순진한 양반", "세상 다 아는 이야기를 총장만 모르냐"는 핀잔이었다고 한다. A전 총장은 달리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그냥 침묵하고 말았다. A전 총장은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은) 원인이야 많을 수 있겠지만, 총장인 내가 얘기해도 안 믿어 주니 어떻게 이 지경까지 됐는지 모르겠다"며 걱정했다. A전 총장의 얘기는 과장된 한 부분의 이야기일 수 있지만, 검찰의 과잉수사, 표적수사 논란은 늘 있어 왔다. 법원에 넘겨진 사건 가운데서도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가 흔한 것도 검찰의 과잉수사의 결과다. 얼마전에는 조준웅 삼성특별검사도 특검을 끝낸 후 기자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대검 중수부의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 "기업들을 협박해 자백받고 꿰어 맞춰 수사한 게 아니냐"며 불신을 숨기지 않았을 정도로 불신의 골은 짙다. 임채진 검찰총장이 검찰의 수사쇄신에 적극 나선 것도 국민적 신뢰가 더 이상 붕괴되면 회복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김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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