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中에 거점 둔 글로벌 IT기업들 겨냥 메모리 주도권 강화"

[삼성 中에 낸드플래시 공장 짓는다]<br>스마트 폰·태블릿 PC 비중 늘자 현지 주둔 업체들 삼성에 생산 요구<br>공급 과잉·가격 하락속 신설 추진 낸드플래시 시장도 치킨게임 예고<br>"애플 요청 따른 협력 차원" 분석도




삼성전자가 중국에 낸드플래시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전세계 IT기기의 생산공장들이 집중된 중국시장을 직접 겨냥해 전세계 메모리시장에서 주도권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스마트폰과 태블릿PC 판매량이 증가하는 가운데 핵심 부품인 낸드플래시 메모리 수요도 늘면서 이 시장에서 우위를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도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사장이 팀 쿡 미국 애플사 사장과의 면담에서 애플이 요청해 낸드플래시 공장을 중국에 건설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전세계 IT제품 공장인 중국 공략 본격화=삼성전자가 이처럼 중국에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하는 것은 전세계 반도체시장에서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중국시장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다. 이는 중국에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글로벌 IT기업들이 늘어나면서 낸드플래시가 많이 사용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의 중국 생산 비중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에 따르면 중국에서 생산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비중은 올해 각각 37%, 96%에서 오는 2015년에는 48%와 97%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중국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는 글로벌 IT기업들이 반도체도 중국에서 직접 생산해줄 것을 삼성전자에 요구하는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전자가 이번에 반도체 중국 진출을 결심한 데는 과거와 달리 기술유출 의혹이 많이 사라졌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메모리산업은 투자규모는 커지고 기술은 훨씬 어려워져 중국 업체들이 진출하기 쉽지 않다"며 "삼성전자만이 중국에서 안정적인 기술과 판로 확보로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낸드플래시의 경우 개별 칩에 맞는 소프트웨어와 컨트롤러 개발이 필수적이어서 단순히 공정기술만으로는 직접 사업으로 연결하기는 어려움이 많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전세계 IT기기 최대 생산지인 중국시장 진출을 통해 향후에도 세계 1위 메모리반도체 사업의 위상을 확고히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낸드 플래시 치킨게임도 시작됐다=삼성전자의 이번 계획으로 전세계 낸드플래시 메모리산업에 새로운 치킨게임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계 메모리시장에서 낸드플래시가 주류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지만 현재는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하락세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중국에 공장을 건설, 생산량을 크게 늘리기 때문이다. 세계반도체협회(WSTS)에 따르면 내년 낸드플래시의 예상 출하액은 400억달러로 D램의 출하액(390억달러)을 웃돌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2014년 이후에야 낸드플래시가 D램을 제치고 메모리반도체시장의 주류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그러나 전세계 낸드플래시시장은 공급과잉으로 가격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반도체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주력 제품인 16Gb 2G×8 MLC의 11월 후반기 고정거래가격은 2.62달러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전세계 메모리업체들이 낸드플래시시장의 회복을 예상하고 생산라인을 신설하면서 공급량이 지속돼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중국 공장 설립 추진은 전세계 메모리업계에 또다른 치킨게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제품 경쟁력과 기술ㆍ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중국에서도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장을 설립하면 추가적인 가격하락과 함께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의 감산과 업계 퇴출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애플과의 협력 강화하나=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애플과의 협력강화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이 사장이 쿡 사장과의 면담을 통해 협력강화의 물꼬를 튼 만큼 중국 현지의 애플 조립공장에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공급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해석이다. 삼성전자 측은 이 같은 분석에 대해 "고객사와 관련된 것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지만 애플과의 협력강화가 아니라면 대규모 투자를 서두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공장 증설 계획에는 우선 최소 4조원에서 5조원의 투자금이 집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300㎜ 팹 공장 1개를 건설하는 데 평균적으로 4조~5조원 규모의 투자자금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축구장 몇 개 크기의 공장 부지에 설비까지 감안하면 4조~5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공격적으로 투자를 단행하지만 시황에 맞춰 공장 가동시기를 저울질할 수 있다"며 "중국 내의 수요, 애플과의 협력 등을 감안하면 중국 공장 증설이 필요하지만 공장 증설의 파급효과가 큰 만큼 가동시기를 늦출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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