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타법인 매수금액 기관 앞질러

울며 겨자먹기식 자사주 매입에 우려 목소리

‘자사주 매입, 약인가 독인가’ 올들어 증시에서 기타법인이 사들인 주식이 기관투자가의 매수금액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국인을 비롯한 투자자들의 압력 때문에 상장사들이 해마다 자사주 매입을 늘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증시가 자본조달이라는 본래의 기능과는 반대로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변질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16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기타법인은 올들어 지난 12일 현재 누적 기준으로 4조2,436억원의 순매수를 기록, 기관을 누르고 최대 매수주체로 부상했다. 최근들어 14일까지 하락장이 이어진 가운데서도 기타법인은 순매수를 이어간 반면 기관들은 대규모 순매도에 나서 기타법인과 기관과의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갈 경우 연말까지 기타법인의 순매수 금액은 투신(14일 현재 5조원대)의 순매수금액도 넘어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기타법인의 기관 추월은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기타법인은 1조8,938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5조6,387억원을 순매도했다. 또 2003년에도 기타법인은 순매수, 기관은 순매도를 기록했으며 2002년에도 순매수 금액면에서 기타법인이 기관을 눌렀다. 올들어 증시가 활황을 보인 가운데서도 기타법인이 주식 매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하락장에서 주가를 방어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주가는 훌쩍 올랐는데도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값에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들인 자사주는 결국 나중에 시장에 내다팔거나 소각을 해야 된다는 것을 고려할 때 고가 매입은 기업 가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대규모 자사주 매입은 주주자본주의가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압력에 못이겨 정작 투자에 써야 할 돈을 주식 사는 데 쓰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기업이 투자 확대를 위해 공장과 땅을 사들이기보다는 주식 사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며 “자사주 매입으로 실적과 상관없이 주가가 움직이거나 유통주식이 증발하는 등 증시를 왜곡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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