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Story] 이한중 성용하이테크 대표이사

"노래로 희망의 메시지 전하고 차세대 신기술 개발 힘쓸것"<br>社歌 '나는 할 수 있다'로 가요무대 데뷔 "노래하는 CEO"<br>톡톡 튀는 아이템으로 車부품등 매출 300억 알짜기업 키워<br>"사업은 나의 천직… 어려운 사람 도와주는 기업인 되고파"


새빨간 셔츠에 새하얀 양복, 날렵한 선글라스를 낀 이한중(58) 성용하이테크 사장은 북적거리는 커피숍에서도 눈에 확 띄었다. 브레이크 부품 등 산업용 금속 정밀부품업체 사장으로서는 화려한 복장이지만 새빨간 셔츠는 물론 '반짝이 의상'까지도 소화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직업을 이 사장은 갖고 있다. 그는 가수다. '노래하는 CEO'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그는 중소기업계에서 제법 알려진 유명인사다. 25년째 부품사업에 몸담으며 매출규모 약 300억원, 10여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알짜 중소기업인 성용하이테크 CEO이자 꾸준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발명가, 그리고 2집 음반을 낸 가수로 종횡무진하는 그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들이 많은 중소기업 사장들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존재다. 지난 2008년에 발매된 그의 데뷔곡 '나는 할 수 있다'는 노래방과 휴대폰 컬러링 곡으로 등록된 것은 물론 전국에서 심심찮게 방송을 탄다. 한 달에 100여차례 라디오 방송을 탄다는 그의 노래는 올 6월 현재 성인가요 차트 50위 안에 들기도 했다. 올 여름에는 2개의 신곡을 추가한 2집 앨범을 내놓으며 가수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가 제조업체 사장과 가수라는 두 개의 인생을 살게 된 데는 CEO로서 오래도록 품어온 고민이 발단이 됐다. 이 사장은 "회사를 운영하는 오너라면 누구나 서로 다른 생각을 지닌 직원들을 어떻게 한마음ㆍ한뜻으로 뭉치게 할지 고민하게 된다"며 "그 고민을 풀어갈 실마리를 노래에서 찾은 것이 가수로서의 인생을 살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노래방에서 직장인들의 사기를 북돋워주는 그의 데뷔곡은 직원들의 화합을 이끌어내기 위해 그가 직접 노랫말을 지은 사가(社歌)였다.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워주려면 사장이 직접 노래를 부르는 게 좋겠다는 후배 작곡가의 설득에 이 사장이 직접 불렀다. 기왕 할 바에야 잘 불러야겠다는 생각에 보컬 학원까지 다녔다. 그렇게 CD를 제작하는 데 든 비용은 총 20만원. 하지만 그 때까지도 자신이 가수협회에 등록된 정식 가수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가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아닌데 오늘에 이른 것을 보면 사람에게는 소위 팔자라는 게 있는 것 같더군요." 20만원을 들여 만든 사가는 직원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리고 야유회든 회식자리에서든 직원들이 목청 높여 부르던 사가가 거래은행으로까지 흘러들어갔다. 그렇게 어느 은행의 내부 교육용으로까지 쓰이게 되자 점차 언론매체에서도 '노래하는 CEO'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입소문을 탄 그의 재주는 이명박 대통령의 귀에까지 들어갔다고 한다. 이 사장의 CD를 전달받고 이 대통령이 한 "많은 중기인들에게 보급시켜야겠다"는 격려의 말은 전파를 타고 전국으로 알려졌고 그는 뜻하지 않은 유명세를 타며 가수로서의 또 다른 인생을 누리게 됐다. 다른 중소기업의 요청을 받아 가수 자격으로 노래를 부르러 다니기도 했다. 가수로서의 이야기를 한참 듣다 보니 그의 사업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종업원이 160명가량인 회사를 운영하기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마당에 가수활동을 하느라 사업에 소홀해지지는 않을까. 뒤늦게 뛰어든 가수의 길을 위해 사업을 포기하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하지만 그에 대한 이 사장의 답변은 단호했다. "사업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는 절대로 활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지금도 한 달에 1~4차례는 행사에 다니고 방송도 타지만 지방에서 라디오 방송출연 요청이 들어와도 사업 일정이 바빠 대부분 거절하기 일쑤"라며 "신인가수치고 바쁘다고 방송출연을 거절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인생의 비중에서 사업과 가수가 역전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노래를 적절하게 응용해 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명함 열 장을 받아도 남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가수라는 점 때문에 나는 단번에 기억해준다"며 "이는 사업가에게 매우 큰 강점"이라고 귀띔했다. "사업의 나의 천직"이라고 강조하는 그의 사업가 기질은 철공소를 운영했던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그는 당시 상공부 산하의 특허국을 들락거리며 발명에 매진했다. 친구들은 그를 '사장'이라고 불렀다. 학업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고 학교에 내야 할 수업료를 타서 특허등록 비용으로 써버리기도 했지만 남다른 기질을 엿보이는 아들을 아버지는 한 번도 심하게 나무라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아버지께서는 리어카를 끌어도 네 장사를 하라며 취직은 못하게 하셨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돈이 없이 시작한 사업에서 승부를 내려면 새로운 제품을 내놓아야 했다. 그래서 그는 더욱 발명에 매달렸다. 이 사장은 "회사를 설립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남들이 하지 않는 독특한 아이템에 주력해 왔다"며 "지금도 사장실 옆에 두 배 정도 큰 연구실을 두고 거기에서 살다시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가 고안해낸 제품 가운데 상당수는 사업화돼 성용하이테크를 매출 300억원의 기업으로 키우는 역할을 해왔다. 수입에 의존하던 금속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하고 알루미늄의 강도를 두 배 이상 높이는 신기술을 개발해 자동차부품에 적용하는 등 일일이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최근에는 가정에서 쓰이는 각종 모터의 전기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장치를 고안, 거의 완성단계까지 왔다고 한다. 이 사장은 "실패도 많았고 성공한 것도 많지만 사업은 나의 천직이고 앞으로도 새로운 개발과 발전을 위해 매진해나갈 것"이라며 "노래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진정한 기업인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게서 앞으로의 인생살이와 각오를 들으니 그가 쓴 노랫말 구절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어렵고 힘든 인생길 성공하고 싶은 인생길 / 세상사 쉬운 일이 어디 있나요 / 두 눈 똑바로 뜨고 두 손 불끈 쥐고 / 어디 한 번 큰소리로 외쳐봅시다 모두다 (중략) /나는 할 수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다 / 인생이란 마음먹기 나름인데(중략) / 다시 한 번 성공 위해 나는 할 수 있다."
고교때 석유버너등 특허… 타고난 발명가

기술경영 앞장… '알루미늄 반응고 성형기술' 직접 개발도 이한중 사장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고 남다른 기술을 창조하기를 즐겨 업계에서도 발명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사장은 평소 '기술개발력이 회사의 바로미터'라는 신조로 기술경영을 중시하고 있으며 직원들에게도 "깊이 보고 멀리 보고 넓게 보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그는 신기술특허인 등 다양한 수상 경력을 갖고 있으며 회사가 보유한 특허만도 90여개에 이른다. 이 사장의 기술개발에 대한 관심은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고 한다. 그는 지난 1970년대 고등학교 재학시절 학생 신분으로 석유버너와 새마을 보일러 등을 특허 등록했다. 기계에 대한 천부적인 자질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제조업을 천직으로 여긴다고 말한다는 이 사장은 "과거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남다른 기술력 덕택이었다"면서 "하지만 한때 기술개발에 너무 매달리다가 회사가 문닫을 뻔한 어려움에 처한 적도 있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성용하이테크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알루미늄 반응고 성형기술'은 이 사장이 직접 개발한 것으로 주조와 단조의 단점을 보완하고 기존 성형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었던 단점을 일거에 해결한 혁신적인 공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반 알루미늄의 강도를 50% 이상 높인 이 기술은 자동차뿐 아니라 우주항공이나 전자제품 등 내마모성을 요구하는 분야에 두루 사용될 수 있어 해외시장에서도 크게 호평받고 있다. 이 사장의 기술개발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오늘날 회사를 내로라하는 글로벌 자동차업체에 싱크로나이저 링이나 트랜스미션 부품 등 매년 600만개의 정밀부품을 공급하는 전문 벤처기업으로 우뚝 서게 만들었다.
● 이한중 대표이사는

▦단국공업고 졸업
▦1984년 신기술개발 대통령표창
▦1985년 성용하이테크 창업
▦1993년 발명진흥 공로 특허청장표창
▦1998년 석탑산업훈장
▦1999년 과학기술분야 신지식인 선정
▦2003년 동탑산업훈장
▦2003년 두레에어메탈 인수
▦2008년 '나는 할 수 있다'로 가수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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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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