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 유통시장에서 중추를 담당하는 석유대리점과 주유소 사업자들이 최근 연이어 거리로 나섰다. 지난 8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는 전국 각지의 주유소 사업자 1,500여명이 모여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 철회를 요구하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가졌으며 앞서 3일에는 경기도 안양 석유공사 본사 앞에서 한국석유유통협회와 한국주유소협회가 공동으로 '석유시장 정상화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국내 석유 유통시장의 최일선을 담당하는 두 단체가 한꺼번에 거리로 나선 것은 협회 설립 후 50년 만에 처음이다. 무엇이 이들을 거리로 내몰았을까.
3년 전 당시 글로벌 경제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국내 기름값도 치솟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을 했다. 이에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는 즉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고 3개월 만에 석유 유통시장 구조 개선책을 내놓았다. 석유공사를 국내 유통업에 진출시키고 석유수입사와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해 기존 주유소보다 리터당 100원이 싼 알뜰주유소를 만들겠다는 것이 요지였다. 인위적인 시장개입을 위해 정부는 △알뜰주유소 운영을 위한 시설자금 및 외상거래 지원 △수입사의 석유 수입관세와 부과금 환급 △법인세 혜택 제공 등 막대한 혈세를 투입했다.
그 후 3년이 흘렀다. 알뜰주유소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현재 전체 주유소의 약 8%를 차지할 만큼 늘어났다. 반면 알뜰주유소 도입 당시 1.5%에 이르던 일선 주유소 마진은 현재 0.4%로 줄었고 매일 한 개꼴의 주유소가 경영난을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는다. 시장을 관리·감독해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해야 할 정부가 석유시장에 '선수'로 직접 뛰어들어 개입한 결과 자율적인 석유시장의 상거래질서가 무너져내렸다.
이제는 망가진 석유시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경쟁 활성화를 명목으로 특정 사업자에게만 국민세금을 지원해온 정책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현재의 석유시장은 교각살우(橋脚殺牛)의 위기다. 정부의 석유 유통 정책을 바로잡는 시간이 늦어질수록 혈세 낭비와 부작용은 커지고 그 피해는 장기적으로 국민에게 더 크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