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2월 7일] 탁상행정에 두 번 우는 키코 기업

"지원 실적요? 그걸 왜 알려야 하죠?" 은행과의 키코 계약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 지원실적을 묻는 질문에 금융감독원 담당자가 내놓은 답이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감독원은 지난 10월28일 은행대출을 원하는 키코 피해기업에 대한 보증을 확대하는 내용의 자금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은행대출의 보증범위를 최대 50억원까지 늘리고 출자전환을 활성화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220여개 키코 피해기업이 추가로 혜택을 받게 됐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곁들였다. 그로부터 열흘 뒤인 지난달 8일 본지가 키코 피해기업들을 대상으로 확인해본 결과, 금융당국의 지원방안은 현장에서 전혀 먹혀 들지 않고 있었다. 은행 지점들은 '본점에서 아무런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게 키코 피해기업의 한결같은 하소연이었다. 본지가 이런 상황을 보도하자 금융위와 금감원은 '보도 참고자료'라는 예정에도 없던 두 페이지짜리 자료를 내고 해명에 나섰다. 지원대책 발표 후 총 30건의 대출상담이 진행되고 있다며 구체적인 숫자까지 밝혔다. 매주마다 은행별 지원실적을 모니터링하겠다며 사후점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최근 키코 피해기업에 대한 지원실적을 재차 문의하자 금감원 담당자의 태도는 180도 달라져 있었다. "우리가 알아서 잘 하고 있다. 자료를 공개할 의무는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공개 안 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는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자료가 아니다. 다른 이유는 없다"고 했다. 금감원 상급기관인 금융위의 설명은 차라리 솔직하다. 금융위 담당자는 "지원을 받은 기업이 몇십곳에 불과한 걸로 알고 있다. 실적이 예상보다 적은 이유를 파악해보겠다"고 인정했다. 키코 피해기업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금부족으로 선주문 받은 생산물량조차 채우기 힘들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당국이 키코 계약을 둘러싼 소송 결과와 관계 없이 피해기업지원 대책을 내놓은 것도 한 순간의 실수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이들 중소기업이 퇴출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대책이라도 현장에서 실행되지 않으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어설픈 '탁상행정'에 키코 피해기업들은 두 번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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