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20일(현지시간) 시리아의 고대 유적도시 팔미라를 완전히 장악했다.
IS 선전조직인 ‘아마크’ 통신은 이날 “팔미라가 IS 전사들의 완전한 통제 하에 들어왔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도 IS가 팔미라를 통째로 장악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DPA통신이 전했다.
IS가 이 도시 전체를 점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6일에는 팔미라 북부를 장악했다가 정부군의 반격에 다음날 바로 철수한 바 있다.
시리아 홈스주 당국에 따르면 IS는 20일 새벽 팔미라 북부 지역으로 진격해 정부군과 교전을 벌여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수십명을 사살했다.
하루 동안 이어진 격전 끝에 시리아 정부군은 이날 밤 팔미라에서 전원 퇴각했다고 시리아 국영TV는 밝혔다.
아울러 IS는 홈스주에 위치한 자즐 유전도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라크에서 점령지의 문화유산을 잇따라 부순 IS가 팔미라를 완전 점령하면서 이 도시 남서부에 위치한 2천년 역사의 고대 유적들이 파괴될 위험에 처했다.
IS가 유적지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갔는지는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팔미라에서는 1~2세기 조성된 거대 돌기둥을 비롯한 각종 문화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시리아 정부는 문화재 수백 점을 안전한 장소로 옮겼으나, 개당 1t이 넘는 돌기둥 등 건축물들은 그대로 방치된 상태다.
마문 압둘카림 시리아 문화재청장은 AP통신 인터뷰에서 “IS는 선전 목적의 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문화재 파괴로 승리를 알릴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주도의 동맹군에 “최소한 IS가 팔미라 유적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팔미라에는 아직 발굴되지 않은 귀한 고대 유물들이 상당량 매장돼 있는데 IS가 이들을 밀매해 수익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팔미라 인근에는 중요한 천연가스전과 유전도 위치해 있다.
전략적으로도 중요한 지점이다.
팔미라는 수도 다마스쿠스와 시리아 남서부 해안 도시, 시리아 동부 데이르 엘주르로 가는 중요한 길목이기 때문이다.
앞서 점령한 이라크 라마디 역시 바드다드에서 서쪽으로 110㎞ 밖에 떨어지지 않은 데다 바그다드에서 시리아로 가는 길목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라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라마디와 팔미라 점령은 단순히 IS 영토를 확대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이 지역 전세가 IS쪽으로 완전히 기우는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AP통신은 IS가 라마디 점령 사흘 만에 팔미라까지 차지하면서 이라크와 시리아 두 나라에 걸쳐 넓게 펼쳐져 있는 다수의 전선에서 동시에 전진할 수 있는 전투력을 입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