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본지 창간39돌/증권.투신] 특화냐 겸업화냐

하지만 이같은 호황에는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어 증권 및 투신업계가 내심 긴장하고 있다. 제2의 도약이냐 도태이냐를 판가름하는 시장의 대변혁이 기다리고 있다. 생존의 운명을 결정하는 기로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현재 증권업계에 불고 있는 사이버수수료 인하 경쟁이 그 서곡이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위탁수수료 인하 경쟁등 대변혁이 불어닥칠 경우 상당수의 증권사가 도태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 및 투신업계는 호황의 즐거움에 만족하지 않고 「마를 때 진날을 대비」하는 각오로 체제를 정비하고 경영전략을 재검토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IMF 이상의 파괴력을 가진 빅뱅이 안이한 금융기관을 그냥 놔두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권 및 투신업계는 규모에 상관없이 대형화, 겸업화, 특화 등의 영업전략을 세우는데 부심하고 있다. 또 랩어카운트등 새로운 업무 및 수익원을 발굴하는데 적극적이다. 증시 활황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처럼 어느순간 침체의 얼굴로 돌변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수익증권등 금융상품 판매, 인수 공개업무 강화, 채권영업 강화, 외국시장 진출등을 위한 체제정비 계획을 서서히 그리고 주도면밀하게 세우고 있는 것이다. 대우, 현대, 삼성, LG등 대기업 게열 증권사들은 투자은행으로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투자은행이란 증권 투신 종금업을 종합한 의미로 M&A중개, 기업자금주선, 유가증권 투자, 파생상품거래등을 모두 영업하는 금융기관을 말한다. 현대증권은 장기적으로 강원은행, 충청은행, 현대투신과의 합병을 계획하고 있다. 삼성도 마찬가지다. LG증권은 종금과 합병을 검토하고 있다. 모두 투자은행으로 변신하기 위한 전략인 것이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경쟁우위에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특화를 꾀하고 있다. 채권 도매금융 파생상품분야등에 전문화하거나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경영전략을 세우고 있다. 세종증권이 사이버 영업소를 개설하는등 사이버 거래에 승부를 걸고 있는가 하면 굿모닝증권은 텔레마켓터와 세일즈영업사원을 채용해 고객밀착경영의 시장선점을 노리고 있다. 대신증권은 선물, 동양증권은 소액 채권중개업무에서 탄탄한 영업력을 키우고 있다. 이와함께 자금력과 투자 노하우가 풍부한 외국사와 제휴를 통해 발전을 모색하는 소형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유증권이 리젠트그룹과 손을 잡은데 이어 굿모닝증권, 서울증권이 소로스등 외국자본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소형증권사들의 특화전략을 통한 틈새시장 공략이 쉽지만은 않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한 소형증권사의 임원은 『소형사들이 채권등에 전문화를 시도해도 영업방법이나 전략이 한계가 있는 만큼 대형사들의 자금력에 밀릴수 밖에 없다』며 고충을 토로한다. 세종증권등 소형사의 특화전략인 사이버 증권거래가 대형사들의 수수료 인하경쟁 가담으로 소형사가 대형사의 자금력 및 서비스 내용에 다소 밀리는 현상이 이를 반증해 주고 있다. 겸업화는 새로운 수익원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증권업계가 걸어가야할 방향이다. 이는 대형사 뿐만 아니라 소형사, 그리고 투신 및 은행등 규모 및 금융기관 종류에 상관없이 나아가야할 방향이다. 금융기관의 업무영역 장벽이 하나하나 제거되면서 증권사, 투신사, 은행 등이 다른 금융기관과 업무제휴를 통해 뮤추얼펀드나 수익증권등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있는게 겸업화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증권업계 및 투신사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랩어카운트는 금융기관의 겸업화 및 수익원 확대를 더욱 촉진하게 될 것이다. 랩어카운트는 고객이 자산운용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증권사등 금융기관에 맡기고 금융기관은 일정한 수수료를 받아 그 자산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럴 경우 증권, 은행, 투신, 보험의 구분은 무의미하게 된다. 금융기관의 칸막이식 경영이 허물어진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면 은행은 랩어카운트의 자산으로 주식 투자를 하고 채권 및 부동산 투자, 도매 및 소매금융등을 통해 고객들에게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 곧 증권사의 영업형태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증권사와 투신사도 마찬가지다. 인터넷등 사이버화는 겸업화와 맞물리면서 증권 및 투신업계에 새로운 영업공간을 제공하기도 하고 도전을 안겨주고 있다. 이는 사이버 공간이 수익원 확대를 가능하게 하지만 사이버시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그 금융기관은 곧 도태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이버 공간에서 투자자들은 주식거래 뿐만 아니라 수익증권등 금융상품 투자, 융자, 예금, 계좌이체, 자산관리등을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증권사 및 투신사들이 사이버의 금융거래를 통한 고객확대를 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속도나 안전성을 확보한 사이버 공간을 마련하지 못하면 그 금융기관은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증권사가 잇따라 사이버증권사 설립을 준비하고 있고 LG증권등이 E트레이드등 외국계 인터넷 증권매매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고 있는 것도 증권의 사이버화를 대비하는 모습이다. 동양증권의 리서치센터의 홍춘욱(洪椿旭)연구원은 『사이버화가 진전되면 금융기관의 겸업화, 전략적 제휴가 급류를 타게 된다』면서 『금융기관은 인터넷상에서 원스톱 금융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제공업자로 변신하는 셈이다』고 말했다. 투신권도 금융기관의 대변혁의 회오리에서 이방인이 아니다. 내년에 이뤄질 채권시가 평가 전면 시행이 투신권의 변신을 강요하고 있다. 과거처럼 고수익을 내고 있는 펀드자금을 손해를 보고 있는 펀드에 물타기를 해 인위적으로 수익률을 조작하는 행위는 더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또 고객의 돈을 고유재산으로 활용하는 연계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경쟁기업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지 않으면 냉정한 고객들은 등을 돌리게 된다. 이에 따라 투신사들은 신탁재산과 고유재산의 방화벽(FIRE WALL)을 설치하고 수익률 물타기등을 근절하는 등 경영의 투명성 확보에 경영의 중점을 두고 있다. 또 외자 유치를 통한 선진 재테크 노하우 습득, 우수한 펀드매니저 육성등도 대변혁을 맞이한 투신권들의 성장전략인 것이다. 최근 대한투신이 영국의 리젠트 퍼스픽그룹으로부터 외자를 도입하는 것도 투신업계의 빅뱅을 대비한 준비작업인 것이다. 대한투신 관계자는 『투신권들이 그동안의 안이한 경영전략으로는 다가오는 금융 대변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외자유치나 코스닥등록 추진, 경영의 투명성 강조, 수익률 제고등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게 이런 맥락이다』고 말했다. 이정배기자LJB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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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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