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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송병준 게임빌 대표
입력2011.01.07 17:53:22
수정
2011.01.07 17:53:22
"파릇파릇한 연둣빛 사옥 보면 모바일 게임 창의력 샘솟죠"<br>잘나가던 '베이스볼 시리즈' 美 시장서 쓴잔<br>스마트폰 열풍타고 철수 위기서 기회의 땅으로<br>"권위적 문화는毒… 그래서 직원들에도 존댓말"
게임빌(Gamevil). 게임 마을이란 뜻이다. 게임빌이란 마을에 오면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이다. 파릇파릇한 연둣빛으로 꾸며진 게임빌 본사에서 송병준(36ㆍ사진) 대표를 만났다.
"연두색이 주는 밝은 이미지를 통해 게임빌의 창의력과 젊음을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게임빌 직원들도 활기차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는 직원들이 함께 캐럴을 불러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이러한 게임빌을 이끄는 송 대표의 약력을 보면 전형적인 개발자 느낌이 강하다. 그는 서울대 벤처 창업동아리 회장을 지냈으며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지난 1998년에 졸업했다. 2001년에는 한국모바일게임산업협회 회장을 맡았으며 현재 한국게임산업협회 이사다. 잘 닦여진 길을 걸어온 전형적인 엘리트 이미지다. 혹시나 모를 반전을 기대했지만 그는 이러한 이미지와 잘 맞았다.
"사업 초기에는 서울대 출신이라는 프리미엄에다 벤처 지원이 많은 시기였기 때문에 남들보다 조금 더 유리한 입장에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차츰 실력으로 경쟁해야 하는 경우가 잦아지며 위기의식을 갖고 신중한 마음으로 사업을 꾸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신중한 그에게도 몇 번의 중대한 결단이 있었다. "첫 번째 결단은 2003년께 PC에서 서비스하던 웹게임 사업을 접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컬러 화면의 휴대폰이 널리 보급되고 16화음이나 40화음을 등을 통해 휴대폰이 낼 수 있는 음향이 다채로워지면서 모바일게임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봤습니다."
그는 당시 결정에 만족하는 눈치였다. 지금까지 웹게임과 모바일게임을 함께 서비스했다면 지금의 게임빌은 만들어지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 후로 '베이스볼 시리즈'가 히트하며 승승장구하던 게임빌은 또 한 번 중대한 결정을 하게 된다. 미국법인 설립이다.
"미국법인을 처음 설립하던 2006년만 해도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사업이 잘 풀리지 않아 1년 뒤에는 괜히 사세를 확장했나 싶어 불안해하고는 했죠."
송 대표가 2006년 미국법인을 설립했을 때만 해도 미국 진출에 대한 전망은 밝아보였다. 현지 퍼블리셔를 통해 유통했던 게임인 '스포츠 라인 베이스볼'이 모바일게임 순위 1위를 차지하고 '돌튕기기' 게임은 유명 게임잡지 IGN에서 선정한 올해의 모바일게임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게임빌의 미국 모바일게임 시장 진출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미국 모바일게임사들의 영업망을 뚫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미국 통신사인 버라이즌과 협상했는데 실패했고 그 후 AT&T를 통해 겨우 서비스했지만 적자를 면하기 어려웠습니다."
당시 송 대표는 미국법인 철수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한 그에게 단비가 내렸다. 바로 스마트폰이 유행하게 된 것. "스마트폰이 유행하면서 게임 유통이 쉬워졌습니다. 유통되는 단말기가 제한적이라 게임을 개발하기에도 편해졌고요. 스마트폰이 우리에게 기회가 된 것이죠."
무엇보다 통신사가 아닌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의 안드로이드마켓에 바로 게임을 선보일 수 있어 영업망을 뚫을 필요도, 홍보에 지나치게 애쓸 필요도 없어졌다. 게임 자체의 콘텐츠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됐기 때문에 게임빌에 유리한 환경이었다.
미국법인은 단순히 매출을 늘리는 데만 기여하지 않았다. 송 대표는 미국법인이 없었다면 일반 휴대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단말기 시장의 흐름에 대한 대응도 늦었을 것이라 회고한다. 2009년 말에야 아이폰3GS가 출시된 국내 환경에 안주했다면 지금과 같은 성장은 기대하기 힘들었을 테니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미국법인 설립만큼 잘한 결정도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승승장구하는 게임빌이지만 향후 네오위즈나 한게임 등과의 치열한 모바일게임 시장 다툼에 따른 어려움이 예상된다. 송 대표는 이에 대해 별로 걱정 없다는 반응이다.
"온라인게임과 콘솔게임이 다르듯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은 전혀 다릅니다. 게임빌의 노하우가 있으니 다른 업체와의 경쟁에서도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송 대표는 모바일만의 특화된 재미를 주기 위한 노하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반 온라인게임은 밤을 새워서 해야 하는 등 장기간의 몰입이 필요하지만 모바일게임은 짧은 시간에 재미를 줄 수 있어야 하는 등 특성이 완전히 다르다는 주장이다. 특히 키보드와 마우스가 없고 화면이 작기 때문에 특정 요소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가 게임 개발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 이 때문에 송 대표는 온라인 업체의 모바일 시장 공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신중한 그가 게임빌을 창업하게 된 것은 꾸준히 다져온 꿈 때문이다. "대학 다닐 때 이민화 메디슨 회장과 같은 벤처 기업인을 동경했었는데 어느 날 이와 관련한 동아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시 벤처 동아리 모집을 위한 포스터를 학교 곳곳에 붙이고 사람들을 모았죠. 벤처 동아리에서 특별히 활동한 것은 없었지만 친구들과 벤처의 꿈을 이야기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한 것만으로도 창업에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송 대표와 이야기를 나눌수록 그가 친절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주위 직원들에게 꾸준히 존댓말을 하고 내부행사 때는 자신이 먼저 나서 짐정리를 하는 등 솔선수범한다. "게임업계는 창의적인 문화가 중요하기 때문에 귄위적인 모습은 좇지 않습니다. 가족 같은 분위기가 더 좋죠." 업계 1위를 꿈꾸기보다는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꾸준히 정진하는 게임빌. 송 대표는 게임빌이라는 마을뿐 아니라 세상을 더 살맛 나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오늘도 여념이 없다.
책을 좋아하는 모바일게임사장의 스마트폰 비판?
"스마트폰 콘텐츠 때문에 독서시간 줄어 안타까워"
송병준 대표는 책을 좋아한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그는 항상 책을 갖고 다녔다. 혹 책을 두고 집을 나서면 종종걸음으로 집에 들른 후 책을 갖고 나올 정도였다. 그는 사업을 꾸려나가느라 바쁜 와중에도 한 달에 3권의 책은 너끈히 읽곤 했다. 집이 있는 잠실과 사무실이 있는 구로를 오가는 2호선에서 틈틈이 독서로 시간을 보낸 덕분이다. 그런 그가 1년 전부터는 책과 멀어졌다. 스마트폰 때문이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온라인상에 떠다니는 갖가지 콘텐츠를 편하게 확인할 수 있어서 책이 필요없어졌어요. 게다가 아이폰3GS와 갤럭시S라는 두 가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기 때문에 책을 갖고 다닐 여유도 없습니다."
송 대표는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콘텐츠 때문에 책을 갖고 다닐 필요가 없어진 상황이 조금은 안타까운 눈치다. "스마트폰을 구입한 뒤 한 달에 책 한 권도 읽기 힘들어졌습니다. 책이 주는 콘텐츠와 인터넷이 제공하는 콘텐츠는 또 다른 법인데 아쉽네요."
그래도 그는 틈틈이 좋아하는 책을 읽으려고 노력 중이다. "인터넷 콘텐츠는 유용하기는 하지만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막상 제가 뭘 봤는지 기억에 남지 않아요. 하지만 책은 '무엇을 봤다'는 기억이 선명하게 나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관련 콘텐츠를 떠올릴 수 있어 훨씬 유용합니다."
그는 역사책 중 삼국지와 관련한 책을 특히 좋아한다. 기업의 대표답게 경영 관련 서적도 좋아해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혁신기업의 딜레마'다. "주말에는 책만 읽고 싶기도 한데 운동도 좋아해 책 읽을 시간이 도통 나지 않네요. 수영이나 스쿼시 같은 운동을 해서 항상 몸을 단련시키려 합니다. 기업 경영자답게 몸을 건강히 하는 것이 콘텐츠 확보만큼 중요한 법이니까요."
첫눈에도 차분해보이는 송 대표는 항상 제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려 노력 중이다. 게임빌이 개발한 모바일게임에도 이렇듯 독서로 다져진 인문학 향기가 담겨 있다. /양철민기자 |
송병준 대표는
▦1976년 대구 ▦1996년 서울대 벤처 창업 동아리 초대 회장 ▦1998년 서울대 전기공학부 졸업 ▦2000년 게임빌 설립 ▦2001년 한국모바일게임산업협회 회장 ▦2007년 미국 비즈니스위크지 선정 '아시아 최고의 젊은 사업가 25인' ▦2010년 정보통신진흥공로 대통령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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