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김중회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예고 없이 기자실을 방문했다. 파장이 커지고 있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금융감독당국의 창구지도에 대한 일부의 비난 여론을 해명하기 위해서였다.
김 부원장은 “은행 담보대출의 총량 규제를 주문한 적이 없다”고 말을 꺼낸 후 “위기를 느낄 때는 이미 늦으므로 은행들이 사전에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독당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부 은행 창구에서는 적지않은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당장 집을 잡혀 대출을 받아야 하는 실수요자들이 발길을 돌리면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혼란의 원인이 오직 감독당국의 ‘어설픈’ 정책 때문일까.
부동산 거품 붕괴 논란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은행간의 주택담보대출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우려의 대상이 됐다. 4월 이후 매달 3조원을 넘어서는 주택담보대출 실적은 수년 전 ‘길거리 모집’으로 상징되는 카드대란을 연상시키고 있다.
일부 은행들이 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교묘히 피해가며 대출한도를 늘리고 경쟁적으로 대출금리를 낮추면서 시중금리는 올라가는데 대출금리는 떨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도 올 들어서의 일이다.
‘판교 대전’이 극에 달했을 때는 ‘노마진’ 전략으로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수준으로 대출을 해줬다.
요즘 은행 창구에서 벌어지는 소란은 주택담보대출이 아니면 ‘살길이 없는 것’처럼 대출을 쏟아내온 은행들이 “조심하라”는 감독당국의 말 한마디에 “금감원이 대출을 못하게 하니 우리도 어쩔 수 없다”며 고객들의 불만을 오히려 키우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금융감독당국의 세련되지 못한 감독 방식에도 문제는 있다. 감독당국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LTV 관리가 잘돼 있어 집값이 웬만큼 폭락해도 걱정 없다”고 하다가 갑자기 “LTV 관리도 중요하지만 집값 하락시에는 대출 총량이 더 문제”라며 입장을 바꿨다. 주택담보대출 실적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온 최근 수개월 동안 감독당국 누구도 이런 지적을 한 사람은 없었다.
주택담보대출이 앞으로 금융위기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에 많은 전문가들이 공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은행권의 자율적인 규제와 감독당국의 세련된 정책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