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중기 스스로 꽃 피우게 하려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요즘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분명히 이명박 정부의 '747 정책'과는 다르다. 이명박 정부는 무조건적인 양적 성장을 추구했고 특히 대규모 토목사업과 수출기업 지원에 올인했다. 그러나 국민생활은 나아지지 않았으며 양극화, 은폐된 재정적자, 환경파괴, 그리고 대외의존도의 심화라는 초라한 성적표만 받아들었다. 이에 비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조금 다른 색채를 가미하고 있다. 기술혁신도 강조하고 서비스업 지원과 내수활성화를 주장하기도 한다. 성장의 사다리를 놓는다면서 지난달에는 중견기업 성장촉진을 위한 특별법도 제정했다.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 코넥스시장도 개설했다.

자금지원 보다는 판로지원 더 급해

그러나 아직도 구태를 벗지 못하는 부분도 많다. 경제민주화는 제쳐 두고 규제완화에 지나치게 목을 매고 있는 것이 그 하나며 몇몇 선도 분야를 정부가 선정해 금융 및 재정 지원을 집중하겠다는 것이 다른 하나다.


주지하듯이 내수를 활성화하려면 핵심기업 몇 군데에 정부 지원을 몰아주기보다는 수없이 많은 중소기업 전반에 관심을 보여야 한다. 그들이 고용과 내수를 떠받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지원은 부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터팬 신드롬'을 야기할 정도로 과다한 측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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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아직 우리나라 중소기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지원 방식의 문제 때문이다. 정책금융을 통해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처럼 생산원가를 보조해주는 방식보다는 판로 지원에 눈을 돌려야 한다.

중소기업의 판로 개척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양하다. 우선 정부나 공기업이 조달시장에서 중소기업 제품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구매해주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정부 조달시장에서 중소기업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지만 중소기업 위주의 경제체제가 정착할 때까지는 이 비중을 더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지원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이 대기업과의 연계 없이도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발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KOTRA 같은 무역지원조직을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전담 기구로 완전히 개편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조달시장 중기제품 비중 더 늘려야

셋째,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관계를 공정하게 바꿔야 한다. 중소기업은 완제품 시장에서 대기업과 경쟁할 수도 있고 혹은 중간재를 생산해서 대기업에 납품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판로를 올바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몇 년 전부터 우리 경제의 중요한 화두였던 경제민주화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길 필요가 있다. '골목상권 지키기'는 완제품 시장에서의 경쟁을 바로잡자는 절규의 다른 표현이고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대한 절절한 항의는 중간재 시장의 판로가 왜곡돼 있다는 표현이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분별한 규제완화 정책은 오히려 중소기업의 자생적 성장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것이 구태다. '규제개혁'이라고 쓰고 '일자리 창출'이라고 읽기에 앞서 '경제민주화'라고 쓰고 '내수활성화에 따른 일자리 창출'이라고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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