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대통령 폄하 발언을 한 외교관을 징계한다는 방침을 굳히자 정치권이 찬반 논란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열린우리당 지도부인 신기남 상임중앙위원은 13일 공개 석상에서 외교부 대미라인을 “무능한 숭미주의적 기득권세력”이라고 지칭하며 전면 교체를 요구하는 극한 발언을 터뜨렸다. 외교관들을 매도한 이 발언은 역(逆) 색깔론 시비와 함께 반발과 파장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야당측은 청와대 방침을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난하면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해체와 이종석 NSC 차장의 경질을 요구하고 나섰다.
신 위원은 이날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무능의 대명사였던 외교부 대미라인 간부들이 빚어낸 준비된 재앙”이라며 “이들은 대미 의존적 외교행태를 보이고 미국의 요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대미라인 간부들은 숭미주의적 사고로 가득 차 있다”고 단정하면서 “새로운 한미관계를 강조하는 대통령이 대통령 같아 보였겠느냐”고 주장했다. 신 위원은 “대미 외교라인은 대미 의존적 외교행태를 보이고 미국의 요구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며 “이들의 친미주의적 외교활동으로 인해 북핵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상실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NSC의 문제점을 집중 추궁해 마치 여야가 외교안보팀 갈등의 대리전을 치르는 듯한 양상이 됐다. 홍사덕 총무는 “NSC가 탈레반으로 평가되기 까지는 사회주의적 가치편향에 쏠린 노 대통령의 정책마인드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노 대통령에게 `21세기 대통령이 맞나`라고 묻고 싶다”고 비난했다.
홍 총무는 “과거 전두환 대통령도 회의석상에서 `석두(石頭)`발언을 한 공무원에 대해 밀고를 받았다”면서 “그러나 전 대통령은 `그래서 내가 머리가 좋은 사람을 데려다 쓰는 것`이라고 지나갔다”고 말했다.
박진 대변인은 논평에서 “공무원끼리 밀고정치를 부추기는 것이 노무현 정권의 국민참여형 통치법이냐”고 비꼬았다.
민주당 김영환 대변인도 “연일 국민을 불안케 하는 대통령이 자신은 `바담 풍`하면서 공무원들은 `바람 풍`하라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가세했다.
장전형 수석부대변인은 “신기남 의원은 지난해 2월 초 미국에 다녀와서 `미국 없이는 외교 군사적 이해관계와 경제적 이익이 지켜질 수 없다`고 침이 마르도록 친미적 발언을 한 사람”이라면서 “외교에 문외한인 신 의원이 전문 외교관을 친미주의자로 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동 기자 jayd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