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아쉬운 예의/김광평 대한생명부회장(로터리)

동방예의지국이면서도 조용한 아침의 나라 한국, 예절로 아름다운 미덕을 삼아온 예가의 나라 한국.듣기만 해도 얼마나 가슴이 훈훈해지고 무한한 자긍심을 갖게 해주는 말인가. 예절바른 나라에서 산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부족한 다른 것을 메우고도 남을 여유가 우리에게는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굳이 예의범절을 따지지 않더라도 작은 친절 하나가 그리워지게 됐다. 조상 대대로 소중히 여겼던 예절을 후손들에게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물려줄 수 있을 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얼마전 TV뉴스를 보고 그 의문이 기정사실화하는 것 같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보도된 내용은 어느 기관에서 업주들이 쓰레기 규격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쓰레기통에 그대로 쓰레기를 버리자 이런 폐단을 고치고자 아예 쓰레기통을 치워버렸는데 밤 9시가 넘어서면서부터 오히려 길거리는 쓰레기장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업소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물론이요, 일부 의식없는 시민들이 버리는 쓰레기까지 합세해 그야말로 보기 민망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 쓰레기 얘기는 단적인 한 예에 불과하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의식들이 지금까지 우리가 소중히 간직해온 미풍양속들을 조금씩 해치고 있다. 또 우리 사회에 많은 불친절과 예의범절에 벗어난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행해지고 있어 선진국임을 자처하는 우리들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고급승용차를 타면서 실내에 버젓이 재떨이가 있는데도 차창밖으로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람들, 그리고 길을 가다가 부딪쳐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힐끗 보기만 하고 지나치는 사람들을 볼 때 작은 예절 하나가 그리워지는 것이다. 지하철에서 평소 노약자에게 자리양보를 잘했더라면 경로석이라고 따로 마련할 필요가 없는 일 아니었을까. 이 모든 것들이 작은 친절과 질서들이 상실되어 가고 있기에 일어나는 일들이다. 일본에서 제일 많이 쓰고 듣는 말이 「미안하다」는 용어다. 하기 어려운 일도 아니요, 그야말로 작은 친절에 불과한 그 말이 오늘의 일본을 만들었다. 이제부터라도 선진국 대열에 선 사람들답게 성숙한 질서의식과 예의범절을 갖추자. 작은 예절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는 진정한 시민의식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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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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