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속빈강정' 부동산 대책

“‘강남수요’라는 게 뭡니까?”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최근 기자에게 한 부동산 전문가는 다짜고짜 이렇게 물었다.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수요나 이른바 8학군 진입을 원하는 실수요가 아니겠느냐”는 기자의 대답에 그는 “그런 식으로 강남수요를 이해하면 절대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렇다면 “‘강남수요’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는 기자에게 그는 대답 대신 “50억~100억원 정도의 자산을 가진 부자가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가려고 하는데 국내 최고급 아파트라는 I아파트와 C아파트를 빼면 어디로 갈 수 있겠는가”라는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마땅한 아파트가 생각나지 않아 대답을 망설이는 기자에게 그는 “그게 바로 강남수요”라며 “그 정도의 부자는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고 했다. 확인차 I아파트 인근 중개업소에 전화를 걸었더니 “한 달에 10여건 정도의 매수 문의가 들어온다. 매물은 저층의 한두 건뿐인데 찾는 사람들은 무조건 ‘최고’만 찾는다”고 전했다. I아파트와 C아파트 같은 이른바 랜드마크형 아파트는 강남 집값을 견인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최우선적인 정책 타깃이 돼야 한다. 실제 I아파트 73평형의 경우 올해 들어서만 11억원 이상 올랐고 상승률로 따져도 이는 일반 아파트보다 10%포인트가량 높다. 하지만 15일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는 이 같은 아파트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재건축 규제 완화 항목이 빠져 ‘속 빈 강정’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신도시 용적률을 높여 10만여가구를 더 공급하고 오피스텔과 다세대 주택에 대한 규제도 완화해 공급을 대폭 늘린다지만 이는 ‘강남수요’를 흡수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 정책 취지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값이 오른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경제원리다. 정부가 올바른 부동산 정책을 내놓으려면 진짜로 ‘강남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급확대정책이 추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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