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컨설팅 능력이 프로젝트 수주 열쇠(시스템통합산업)

◎“기업문화 맞는 정보화시스템이 경영성패좌우”/기술개발·해외업체제휴 3,000억 시장 선점 총력LG­EDS시스템의 김범수사장은 최근 미국을 급히 다녀왔다. 「유능한 외국 컨설턴트를 찾기 위해서」라는 것이 김사장의 방문 목적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시스템통합(SI) 업계에서 컨설팅의 중요성이 얼마나 커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예』라고 말한다. 「전산화」가 기업경영의 화두로 떠오르자 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컴퓨터와 구역정보통신망(LAN)을 구축했다. 돈을 투자한 사장들은 컴퓨터가 당장 회사에 큰 이익을 줄 것으로 믿었다. 오래지 않아 그들은 고개를 흔들며 「낭만적인 환상」을 접어야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오랜 경영방식이 컴퓨터와 맞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기업이 낡은 관습을 버리지 않는 것이다. A업체에서 매출관리시스템을 구축했던 K씨는 『A회사 직원들은 가끔 컴퓨터와 전혀 맞지 않는 경영과정을 전산화해달라고 요구하곤 했다』고 말했다. 또 직원들이 컴퓨터 사용법에 숙달되지 않은 것도 기업전산화를 가로막았다. SI업체들도 공들여 구축한 전산시스템이 기업에 이익은 커녕 오히려 손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점차 컨설팅에 눈을 돌렸다. 일반적인 컨설팅은 경영전략을 세우고 경영방식을 개선하는 일련의 과정들이다. SI업체들의 컨설팅은 조금 다르다. 장재성 LG­EDS시스템 컨설팅 팀장은 SI컨설팅을 『기업의 경영전략과 경영방식 그리고 기업문화를 전산시스템과 서로 맞추어 나가는 것』으로 정의한다. SI컨설턴트(의사)는 기업의 문제점(병)을 「정보화」의 관점에서 진단한다. 해당 기업의 경영과 문화를 분석해 병을 고칠 수 있는 가장 좋은 약(전산시스템)을 찾아낸다. 이러한 컨설팅은 얼마 전까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전산화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 「질」보다는 「값」에 더 중점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머리(경영)와 손발(전산시스템)이 따로 노는 일이 많아지면서 상황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강세호 삼성SDS 컨설팅사업부장은 『요즘은 기업 쪽에서 먼저 컨설팅을 요구하고 있다』며 『컨설팅 능력이 뛰어난 업체가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에도 훨씬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컨설팅 능력이 프로젝트 수주의 관건인 셈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앞으로 컨설팅 능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기업은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좋은 기성복(규격화된 전산시스템)이 개발되고 있어 옷을 만드는 능력보다는 패션감각(컨설팅)이 중요하다고 예상한다. 삼성SDS, LG­EDS시스템, 현대정보기술, 쌍용정보통신 등 대표적인 SI업체들은 컨설팅팀을 강화하는 한편 새로운 컨설팅 기법을 개발하거나 해외 업체들과 제휴하고 있다. 국내 컨설팅 시장은 올해 지난해보다 30% 성장한 3천억원대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국내 컨설팅 시장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컨설팅의 정당한 대우」와 「한국형 컨설팅 기법 개발」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관계자는 『외국 컨설턴트의 경우 1명당 수천만원의 컨설팅료를 받는다』며 『국내 컨설턴트는 이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또 이어 『외국 업체로부터 컨설팅을 받은 기업들이 이를 적용하기 어려워 다시 국내 업체를 찾곤 한다』며 『한국 경영에 맞는 컨설팅 기법이 개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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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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