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농식품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농협의 택배사업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지만 최근 우체국택배 사건을 계기로 분위기가 확 달라져 본격적인 검토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의 입장이 급선회한 것은 최근 우체국택배가 토요일 배송을 전면 중단하면서 택배 단가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지역망이 발달한 우체국택배를 주로 이용해왔는데 상하기 쉬운 농산물의 특성상 토요일 배달이 중단되면 거래가 끊기는 등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또한 농식품부는 온라인 쇼핑몰 등을 활용한 직거래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우체국택배의 토요 배송 중단 여파가 크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택배시장 진출이 최종 확정되면 농협은 1,000억원의 실탄을 투자할 계획이다. 중소 택배사 인수금액과 추가 시설투자 비용 등을 고려한 금액이다. 택배업계에서는 농협이 인수 가능한 매물로 동부택배·KGB택배·옐로우캡 등을 거론하고 있다.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 추진은 7년 전인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협은 당시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들 정도로 택배시장에 높은 관심을 보였고 지난해 말에는 외부 연구용역을 통해 택배시장 진출의 효용을 분석하기도 했다. 다만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무엇보다 공기업의 성격을 띠는 농협이 민간기업 영역에 진출하는 데 대한 반발이 나올 수 있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3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공기관이 민간 영역에 진출하는 것은 문제"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공정위는 기업 인수합병(M&A)의 최종 승인권자다.
택배업계의 수익성이 날로 위축돼 중소 택배사를 중심으로 거센 저항도 예상된다. 이와 함께 우체국과 농협의 오랜 알력도 변수다. 농식품부 고위관계자는 "일단 전향적으로 검토를 시작한 단계이며 최종 결정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