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가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거주 공간인 기숙사를 외국인 전용으로 변경하면서 기존 고시생들에게 퇴실 명령을 내려 반발을 사고 있다.
22일 중앙대 학생들에 따르면 중앙대는 과거 여자기숙사로 사용되던 건물을 몇 해 전부터 사법고시와 행정고시, 공인회계사(CPA)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거주공간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 고시생들은 승당관이라 불리는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시험을 준비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최근 해당 건물에 거주하는 학생들에게 퇴실 명령을 통보했다. 현재 승당관에 거주하고 있는 100여명의 사법고시반, 행정고시반, CPA반 학생들은 내년 2월 28일까지 방을 내줘야 한다. 중앙대는 이 건물을 외국인 전용 기숙실로 변경할 계획이다.
학생들은 학교 측이 외국인 학생을 수용해 이윤을 내려고 고시생들을 쫓아낸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학생 B씨는 "다른 학교는 고시생에게 기숙사에 생활비, 강의 편의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중앙대는 있는 지원도 끊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 C씨도 "외국인 교환 학생에게 기숙사를 제공해 수익을 내려는 것 아니냐"며 "당장의 수익에 눈이 멀어 학생들의 학습환경을 해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계속되자 김호섭 중앙대 인문사회계열 부총장은 "구 승당관이 너무 낡아 재건축을 결정했으며 2012년 2학기에 퓨처하우스라는 명칭으로 입주가 됐다"며 "고시반은 구 여자기숙사에서 2013년 2학기까지 비워주기로 했으나 고시 일정 등을 감안해 2014년 2월 말까지 연장했으며 3월 초에 행시가 있다고 하여 다시 1~2주 가량 연장하는 조건으로 논의가 되고 있는 중"이라는 내용의 반박 글을 중앙대 커뮤니티 카우인에 게재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교 측의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만들어진 국가고시반 '퓨처하우스'의 경우 재학생만 입관할 수 있어 휴학생과 졸업생이 대부분인 현 승당관의 고시생들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승당관의 한 학생은 "고시생 중 상당수는 휴학생"이라며 "재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퓨처하우스를 대안이라고 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퓨처하우스의 비싼 입관비도 문제다. 퓨처하우스의 경우 올해 2학기를 기준으로 입관비가 109만1,600원(16주 기준)이며 식비가 50만원(한 달 50식, 한 학기 기준)이다. 한 달 기준으로 거주비만 27만2,900원이며 식비가 12만5,000원이 된다. 현재 거주비와 식비를 포함해 18만원인 승당관보다 2배 이상 비싼 39만7,900원을 내야만 하는 것이다. 학생 D씨는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승당관에서 생활하면서는 집에서 보내주는 용돈만으로 생활이 가능했다"며 "당장 3월부터는 아르바이트를 고시공부와 병행해야 할 것 같은데 가능할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승당관에 거주하는 고시생 E씨는 "비교적 집이 가까워 3월부터는 부모님 집에서 통학하며 공부를 할 생각"이라며 "집이 먼 친구들은 고시원이나 원룸에 들어간다던데 생활비 때문에 막막해하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