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우사태 100일

그동안 금융계와 재계에서 소문으로만 떠돌던 대우의 자금악화설이 수면위로 부상하면서 긍융시장에 일파만파의 충격파를 던진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100일이 지난 현재, 재계서열 제3위의 대우그룹은 사실상 전면 해체의 길에 들어섰다.金회장도 전경련 회장직에서 물러난데 이어 핵심계열사의 경영권마저 내놓아야 할 지경에 이르른 것이다. 공격적인 세계경영으로 한국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던 金회장의 안타까운 조락(凋落)이다. 대우그룹 처리의 향방은 이번주가 최대의 고비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대상인 12개 계열사에 대한 회계법인들의 실사결과가 채권단 은행에 제출되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업체별 실사결과에 따라 워크아웃 방안을 최종 확정하게 된다. 이 방안 가운데는 채무조정뿐만 아니라 감자와 계열분리, 사업체 매각 등도 들어있다. 은행·투신권·증권·종금 등 금융기관이 떠안아야 할 손실도 결정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동안 대우그룹의 부채는 국내 60조원, 해외30조원 등 약 9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실사에서 얼마나 늘어날지 주목되고 있다. 사실 금융시장은 대우사태가 표면화된 이래 대우의 부실규모에 대한 무성한 소문으로 맥을 못춰왔다. 특히 25조원에 달하는 대우의 무보증 채권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는 투신권은 투자가들로부터 공신력마저 의심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증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대우사태전까지만 하더라도 1,000선을 넘었던 주가지수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 대우쇼크에서 좀체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우처리에 대한 불안이 주가하락을 부채질 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시장은 지금 11월 대란설이 진정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수그러들었다고 볼 수 없다. 대우처리의 결과 여하에 따라 또다시 「금리상승- 주가하락- 금융시장불안- 금리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대우의 부실과 처리는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원칙에서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금융시장의 안정은 결국 정부와 채권단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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