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동대문 두타의 의류매장 ‘제이문’(Jmoon) . 오픈 시간을 갓 넘긴 오전 11시에도 매장에는 벌써부터 손님들이 북적거린다. 이 곳을 방문한 오승희(34)씨는 “한번 빨면 모양이 달라지는 싸구려 시장 옷과는 달리 여기 옷은 백화점 못지않게 품질이 뛰어나다”며 “시장물건치고 가격이 2~3배 비싸지만 두 달에 한번 꼴로는 이곳에 들른다”고 말한다. 제이문은 한 달 5,000여만원의 매출을 거뜬히 올리는 명실상부한 브랜드 의류매장이다. 제이문 관계자는 “가격대가 상의 6만~15만원으로 다른 시장옷 보다 비싸지만 디자인과 품질력에 승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두타에는 이밖에 ‘양파주머니’, ‘볼륨세븐(#)’ 등 수십여곳이 넘는 브랜드 매장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건너편의 ‘밀리오레’에도 브랜드가 붙은 의류매장이 100여곳에 달하고 있으며, 제일평화시장 등 도매상가에는 브랜드를 내세운 매장이 상가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재래시장에 ‘브랜드 바람’이 불고 있다. 동대문 두타, 밀리오레 등 소매중심 대형쇼핑몰과 평화시장 등 도매상가에 자체브랜드를 붙여 디자인과 생산을 직접 한 상품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름없는 저가 제품으로 가격경쟁력에만 의존하던 시장물건들이 ‘싸구려’ 이미지를 벗고 본격적인 고급화에 나서고 있는 것. 고동철 동대문 외국인구매안내소 소장은 “동대문시장에 브랜드 매장이 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이젠 이탈리아처럼 디자인과 품질로 무장한 ‘브랜드경쟁력’을 통해 수익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동대문시장이 브랜드화에 나서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산 저가 상품의 ‘공세’때문. 최근 동대문시장은 ‘패션의류의 생산기지’가 아닌 ‘중국산 의류의 유통기지’로 전락하면서 수익악화에 시달려 왔다. 특히 새로 문을 여는 대형쇼핑몰에도 ‘브랜드 바람’이 더욱 거세다. 다음 달 오픈을 앞두고 있는 밀리오레 신촌점은 전체 매장의 30% 이상을 브랜드 매장으로 꾸민다는 계획으로 동대문 등에서 이름을 날린 ‘스타상인’ 모시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 두타에서 성공을 거둔 ‘볼륨세븐(#)’이 밀리오레 신촌점에 매장을 오픈하기로 계약을 마쳤고, 다른 업체들과도 입점 의사를 타진중이다. 이밖에 오는 14일 동대문 도매상권에 문을 여는 도매전문쇼핑몰 ‘유어스’도 150여명 이상의 브랜드 의류 상인들을 3층 멀티숍 코너에 유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