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아주외환위기 남의 일 아니다(사설)

태국의 바트화 폭락 사태에서 비롯된 외환위기가 동남아 국가로 확산되고 있다.태국정부가 변동환율제 채택과 바트화평가절하 방침을 밝히자 곧 바트 폭락사태로 이어졌다. 이로 인한 외환위기가 주변국으로 감염,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95년 멕시코 페소화폭락이 중남미 국가의 증시에 영향을 미쳤던 소위 「데킬라 효과」와 같이 크지는 않더라도 동남아 지역에 파급되고 있다. 물론 한국과 일본 경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은 분명하다. 특히 「엔 블록」을 노리고 있는 일본은 멕시코 사태때의 미국 역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동남아 외환위기의 진원인 태국 바트화의 폭락은 국제 투기성 자본(핫머니)의 끈질긴 공격에서 비롯됐다. 이른바 게임론이다. 태국정부와 핫머니의 게임에서 태국정부가 패배했다는 분석이다. 패배의 원인은 태국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에 있다. 핫머니가 공격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취약성 때문이다. 경상수지적자 누적, 외채증가, 금융기관 부실과 신용추락, 무리한 환율정책등. 긴축정책 고금리 바트화 고평가 등 핫머니가 노리기에 알맞는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다. 국제 핫머니는 이제 어느 한나라 정부가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규모가 커졌다. 세계 외환시장을 휘젓고 다니는 핫머니의 위력은 멕시코 사태에서 잘 보여줬다. 동남아 국가로 번지고 있는 외환위기는 우리나라까지 곧장 파급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결코 먼나라의 일만은 아니다. 경제 기반이 다르다고 해서 낙관하고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된다. 태국이나 필리핀이 겪고 있는 위기 요인이 우리나라에도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규모엔 차이가 있지만 페소화 폭락때의 멕시코 경제와 이번 바트나 페소화 폭락을 맞은 태국 필리핀의 경제와 닮은 구석이 많다. 경상수지적자 2백억 달러, 외채 1천억달러 육박, 저 수준의 환율, 대기업 연쇄도산과 부실채권 급증, 금융기관의 대외신용도 추락, 고금리 등 위기 요소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더욱이 개방화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핫머니가 금리차와 환차익을 노려 들락날락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다. 바트나 페소의 위기가 결코 강건너 불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위기 의식을 갖지 않고 있다. 한국 경제는 그들 나라와 기초가 다르고 자본시장 개방에도 큰 문제가 없다고 낙관하고 있다. 수출이 조금 된다고 해서 낙관할지 모르나 누적된 문제가 단숨에 풀릴 것도 아니다. 환율이 적정한지 짚어봐야 한다. 금리를 낮추는 작업을 늦출 수 없다. 경상적자 외채 외환보유액 등 외환위기의 가능요인 해소에 정책적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때다. 바트의 폭락이 주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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