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뉴스 포커스] 정책수장 자존심 싸움… 시장은 피곤하다

■ 기준금리 예상밖 동결<br>청와대·정부 인하 요청에도 김중수 총재 마이웨이 계속<br>채권시장 패닉·환율도 출렁

김중수 한은 총재

기획재정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 그리고 한국은행 총재는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을 책임진 3대 축이다. 이들의 한마디에 시장에서는 희비가 엇갈리고 돈의 흐름이 뒤바뀐다. 김중수 한은 총재의 학교 후배인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새 정부의 첫 경제수장으로 발탁되면서 시장이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가진 때도 있었다. 현 부총리와 조원동 수석과의 관계도 역대 어느 때보다 깊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은 적어도 이들 간의 호흡은 맞을 것이라고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180도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오히려 이들 간의 자존심 싸움으로 시장이 골탕을 먹고 있다. 현 부총리는 물론 청와대와 정치권까지 나서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했지만 김 총재는 이들의 요구를 단박에 '무시'했다. 11일 금융통화위원회는 6개월 연속 금리동결을 밀고 나갔다. 시장의 예상을 보기 좋게 비켜간 것이다.

시장은 충격을 받았다. 주식시장은 장중 하락 전환하면서 한때 1,926.54까지 떨어졌고 채권시장에서는 금리가 급등했다. 청와대와 정부 말을 믿고 금리인하를 철석같이 믿었던 시장은 일순간에 '패닉 장세'를 연출했다. 외환시장도 하루 종일 출렁거렸다. 새 정부 정책팀과 한은의 정책 엇박자에 시장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혼란스러워한 것이다.


김 총재는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외부의 금리인하 요구가 정책결정의 변수가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청와대와 현 부총리를 지목한 것이다. 이날 금통위에 재정부 차관이 참석하는 열석발언권을 포기한 재정부는 금리동결에 "노 코멘트"로 답했다. "한은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의례적인 입장마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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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엔진이 식어가고 있는데도 경제정책의 수장들은 딴 나라 얘기를 하고 있다. 김 총재는 이날도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확인했다. 반면 현 부총리는 바로 하루 전 "세계경제 자체가 저성장 모드"라며 "적어도 5년은 그럴 것 같다"고 했다.

경제정책 수장들 간의 공허한 경기진단 놀음에 시장과 국민의 피곤만 더해가고 있다.

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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